▶ 글 싣는 순서 |
①3차접종 한 달 만에 양성 판정…'올 것이 왔다' (계속) |
-검사결과: 양성(POSITIVE)…'
지난 18일 아침 보건소에서 온 문자를 보고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았다. 이내 '이제 7일 동안 꼼짝없이 갇히겠구나' 하는 두려움과 동시에 '올 것이 왔구나…' 싶은 체념에서 비롯된 이상한 안도감도 들었다. 곧바로 가족들과 회사에 확진 사실을 알렸다.
매일 밥 먹고 코로나19 상황을 취재해 기사 쓰는 게 일인 복지부 출입기자가 확진자가 된 현실이 아이러니했지만, 막상 내가 걸리고 나니 그 어떤 통계보다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지난 달 18일 화이자 백신으로 '부스터샷'(3차 접종)을 맞은 지 정확히 한 달 만이었다.
가족확진에 선별진료소行…신속검사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그리고 17일. 결과에 이변은 없었다. 심란해할 틈도 없이 나와 부모님은 유력한 의심환자가 됐다. 온 가족이 3차접종자였기 때문에 질병관리청의 변경된 기준에 따르면, 우리는 수동감시 대상이었다. 다만 지침 상 어차피 동생이 격리해제되기 하루이틀 전 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 데다 추가확진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검사를 미룰 순 없었다.
정오를 전후해 찾은 집 근처 보건소 선별진료소는 오전 검사가 이미 마무리된 상황이었다. 단 몇 분이라도 빨리 검사를 받기 위해 천막 안 대기 선에 줄을 섰다. 간이 난로가 설치돼 있었지만 바깥에서 세차게 불어오는 찬바람에 손발은 시렸고 콧물까지 흘렀다. 1시간여의 긴 기다림 끝에 비닐장갑을 양손에 끼고 검사 동기를 작성하자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 앞에 앉을 수 있었다.
"입은 가리시고 코 있는 부분만 (마스크) 내려주세요…"
양 콧구멍을 번개처럼 쑤신 면봉은 검체추출액과 함께 신속검사 키트 위 구멍에 들어갔다. 액체가 스며들면서 작은 거품들이 올라왔다. 보건소 직원은 예방접종 때처럼 '15분'으로 설정된 스톱워치와 키트를 건네줬다. 대기실 의자에 걸터앉아 하염없이 키트 위를 노려봤다. 2~3분이 흐르자 'C' 부분에 빨간 실선이 희미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알람이 울릴 때까지도 'T' 부분은 별다른 기미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한 줄만이 선명히 그어진 키트를 들고 갔더니, 보건소에서는 재검(PCR) 소견을 냈다. "밑에 애매하게 걸리는 게 있어요. 이런 경우도 양성이 나온 분들이 많았거든요."
결국 한 번 더 깊숙이 콧속을 찌르고 나서야 천막을 나설 수 있었다. 선별진료소 대기실에는 5살도 채 안돼 보이는 딸 손을 붙들고 온 엄마부터 60~70대 고령층, 학생과 청년들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남녀노소' 40여 명이 검사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보다 몇 시간 늦게 검사를 받은 부모님은 결과가 엇갈렸다. 유일하게 음성이 나온 아빠는 자가검사키트로 다시 '셀프 진단'을 한 이후 짐을 싸들고 집을 나서셨다. 나 또한 동생과 며칠 내 직접접촉은 없었고 공용공간을 통한 감염 가능성이 제일 컸기 때문에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추가감염을 확실히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죄송하고 불편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보건소 전화 '안심', 스마트 역학조사 간편…집중관리군 키트 배송
보건소에서 전화가 걸려온 건 확진 통보를 받은 지 4시간 30분만이었다. 직원은 PCR검사를 받게 된 경위와 동거인 현황·그들의 확진 여부를 먼저 물었다. 격리해제는 검체 채취일로부터 1주일이 되는 날 자정이라는 점, 기확진된 가족은 해제 시점에 추가 PCR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음성이 뜬 아빠만 하루이틀 전 PCR 검사를 보건소에서 받으면 된다는 안내도 친절히 덧붙였다. 익히 알고 있는 정보였지만, 조금 더 안심되는 느낌이 들었다.
통화 이후 말로만 들었던 '자기기입식 역학조사' 링크도 받아볼 수 있었다. 기초역학조사는 크게 5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졌다. 이름과 연락처·직업 등 기본적 인적사항부터 증상 및 기저질환, 추정 감염경로, 접촉정보, 재택(자가)치료 여부 등에 대한 정보 수집이 단계별로 이뤄졌다. 이전처럼 확진자의 동선을 A부터 Z까지 다 좇는 대신 최초 증상 발현 이틀 안에 가족(동거인)·시설(직장)·의료기관 내 접촉사실이 있는지를 살폈다.
재택치료가 가능하다는 마지막 질문까지 응답을 기록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4분 남짓. 종전에는 이 모든 정보를 보건소 직원들이 일일이 유선 인터뷰를 통해 기입하고 확인해야 했다니… .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고령층에 속하는 엄마에게는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 링크를 작성해 달라는 당부도 했단다. 똑같은 재택치료라도 '집중관리군'에 해당하는 엄마는 1일 2회 모니터링을 맡게 된 M병원으로부터 전화도 받았다. 증상이 심하진 않아도 목이 계속 아프다고 해서 약 처방도 요청했다. 아직 당뇨·고혈압 같은 지병은 없지만 연세가 있는 만큼 곁에서 추이를 면밀히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다.
판정 이틀째인 19일에는 엄마를 위한 재택치료용 키트도 문 앞에 배송됐다. '성인용 건강관리세트'(Self-Health care KIT)라는 이름이 붙은 키트에는 아세트아미노펜 같은 해열·진통제와 종합감기약, 손 소독제와 세척용 소독제, 산소포화도 측정기, 체온계 등이 담겨 있었다. 아쉽게도 동거가족 검사용으로 당국이 지급한다고 했던 자가검사키트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격리가 끝난 뒤 소독해 배출해야 하는 쓰레기 처리 봉투는 덤이었다.
구성품과 재택치료·공동격리에 대한 안내는 비교적 꼼꼼히 적혀 있었다. 특히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참, 헐떡거림 △나아지지 않고 계속 아프거나 가슴이 답답함 △사람을 못 알아보고 헛소리를 할 때 △깨워놓아도 자꾸 자려고 할 때 △손톱이나 입술이 창백하거나 푸르게 변할 때 등 중에서 한 가지 증상이라도 있다면 재택치료 전담팀이나 '응급콜'로 연락해줄 것을 강조했다. 물론 산소포화도가 94%보다 낮게 측정될 때에도 조치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안내문에서 '코로나19에 걸려도 대부분 집에서 잘 쉬면 크게 고생하지 않고 1주일 내에 낫는다'며 불안해하지 말라고 다독인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가장 좋은 치료법은 '잘 쉬기', '물 많이 마시기', '아프면 진통제 먹기'란다. 또 건강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가족이나 친구와 자주 연락해 '마음(만)은 가까이' 하라는 조언도 함께였다.
증상 여부는 젊은층서도 개인 편차…'누구나 걸릴 수 있다'
우리 가족의 지표 환자인 동생은 '목이 칼칼하다'고 했다. 열은 크게 없었지만, 기침이나 인후통은 감염 초반에 꽤 있는 편이었다. 증상을 느끼지 못했다면, 스스로 검사를 먼저 받을 일도 없었기에 유증상자였던 셈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증상이 옅어지는 모양새다.
같은 30대인 나는 상대적으로 더 무증상에 가깝다. 약간의 코막힘, 머리가 띵한 것 같은 경미한 두통이 있지만 기침이나 발열, 인후통은 거의 없다. 아직 속단할 수는 없지만 특히 두통은 코로나19 감염 때문인지도 불분명한 상태다. 하지만 혹시 모를 증상 악화에 대비해 감기약과 기침·가래용 시럽을 선제적으로 일정량씩 복용하고 있다. 기존에 먹던 비타민은 물론 집 구석에 있던 영양제와 과일도 틈틈이 챙겨먹는다.
반면 엄마는 '몸이 썩 좋지 않다'고 얘기하신다. 기침과 가래가 이어지고 있고, 확진 이틀째엔 낮까지 까무룩 긴 잠을 자기도 했다. 어딜 나가거나 운동을 제대로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더 무기력해지진 않을까 걱정도 된다. 다만, 병원에서 일주일치 처방약을 집에 가져다준 이후 '조제약을 먹으니 확실히 조금 나은 느낌'이라고 했다. 고위험군 환자들에 대한 주기적 모니터링과 비대면 진료의 중요성을 체감한 대목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였던 2020년 상반기만 해도 나는 '코로나 감염'이 나와는 거리가 있는 얘기라 생각했던 것 같다. 매일 환자 번호와 동선이 속속들이 알려지던 그때와 날마다 수십 만의 격리자가 발생하고 있는 2022년 2월의 괴리일까.
2차 대유행의 시발점이 된 재작년 광복절, 전광훈 목사가 연사로 나섰던 광화문 집회를 취재한 이후 1년 6개월 만에 받은 두 번째 PCR 검사에서 나는 '확진자'가 됐다. 누적 확진자가 200만에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 코로나는 사람을 가려 틈타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실을 새삼 깨닫는다.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닥쳐온 이 시간들을 통해 코로나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풍부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