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가 시작되는 내달 4일까지 11일이 남은 21일 유권자들의 막판 고심 또한 깊어지고 있다.
선거운동 첫 주말 여론조사에서도 엇갈린 지지율
CBS의 의뢰로 서던포스트가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0일 발표한 9차 제20대 대통령 선거 정기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40.2%를 기록하며 31.4%를 얻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앞섰다.
직전 조사인 지난 12일 실시 조사에서 윤 후보 35.5%, 이 후보 35.0%로 0.5%p 초박빙이었던 두 후보 간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8.8%p차로 벌어졌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13~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30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도 윤 후보가 42.9%를 얻어 38.7%인 이 후보를 제치고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TBS의 의뢰로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43.7%의 지지율을 기록, 42.2%에 그친 윤 후보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인 지난 11~12일 실시 조사에서 윤 후보 43.5%, 이 후보 40.4%로 윤 후보가 3.1%p 앞섰던 것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3.3%p 늘어난 반면 윤 후보의 지지율은 1.3%p가 빠지면서 오히려 이 후보가 오차범위 내인 1.5%p 앞서게 된 것이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위 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각 조사기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야 모두 희망회로 돌리며 '아전인수' 해석
이같은 지지율 추세에 대해 여야는 모두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주 초반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단일화 제안과 이에 따른 흐름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약세 판세였던 흐름이 주 후반으로 오면서 다시 초경합으로 변화됐다"고 추이를 설명했다.
박빙 구도임에도 이 후보의 지지율이 낮게 나타나고 있는 조사에 대해서는 '야권 대선 후보 단일화'와 관련한 문항이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일화와 관련한 내용을 듣게 될 경우, 이 후보나 여권 지지층의 경우 조사를 중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반대로 중도나 야권 지지층의 경우에는 더욱 윤 후보를 지지하는 응답의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인 강훈식 의원은 "단일화 문항이 있으면 유독 (조사 내용이) 출렁거린다. 단일화 문항 없이 하는 조사는 (두 후보 지지율이) 붙어 있는데, 단일화만 넣으면 우리가 다 벌어지게 (지는 것으로) 나온다"며 "민주당 자체 조사의 경우에는 단일화를 물어보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붙어 있다"고 말했다.
단일화 관련 변수만 빠진다면 불리할 것이 전혀 없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도 최근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과 철회 등 판을 흔드는 현안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음에도 윤 후보가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여론조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는 점을 고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안 후보의 이날 기자회견으로 인해 사실상 4자 구도가 굳어졌음에도 꾸준히 1위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단일화 변수와 무관하게 대선 승리로 다가가는 길이 마련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단일화를 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겠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안 후보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이길 수도 있다고 본다"며 "정권교체 여론이 워낙 강한 데다, 그런 구도가 딱 잡혀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살얼음판'…여야 모두 거세지는 막판 공세
특히 민주당 내에서는 판세가 박빙으로 접어들었을 뿐 역전한 상태는 아니라는 점에 신경을 쓰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박빙열세가 초박빙 혼전세로 변한 것이지 아직 '골든 크로스' 같은 표현을 쓸 수 있는 지지율 변화의 모습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며 아직 뒤지고 있는 게임을 펼치고 있음을 시인했다.
국민의힘에서도 4자 구도에서도 윤 후보가 가장 유리한 고지에 위치한 것은 맞지만 보수 응답층이 과대계상되는 성향이 있는 여론조사의 특성상 현재 보이는 판세를 있는 그대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 내부에서 압승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며 "야권 단일화도 막판까지 지리멸렬, 파투가 날 가능성까지 다 내다보고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여야는 주말 내내 상대 후보를 겨냥한 날선 설전을 펼쳤다.
민주당은 녹취록 공개로 인해 펼쳐지고 있는 대장동 사태의 새로운 국면이 대장동 세력과 윤 후보 간의 연관성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부동시로 인한 군 면제, 배우자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 윤 후보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등을 꺼내들며 거듭 공격에 나섰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이러한 민주당의 공세가 '대장동 특별검사'만 재촉할 뿐 이 후보의 혐의점을 벗기지 못하는 데다, 윤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을 수사한 적이 전혀 없다면서 오히려 근거 없는 공격으로 무리수를 던질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후보가 언론에 대한 반감을 공개 유세에서 표현하는 바람에 이 후보 지지자들이 취재진을 향해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판세 분석과 무관하게 여야 모두 있는 힘을 쥐어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상대진영에 대한 공격은 물론 단일화 변수, 이제 시작될 법정 TV토론, 지지층 결집을 통한 투표율 상승 등 모든 사안에 대해 대비하는 피 말리는 선거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