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자택 공매처분 무효…전두환 추징금 환수는 가시밭길

사망자에 대한 추징 원칙적으로 불가…주요 재산 가족에게 넘겨
대통령 재임 후 만든 며느리 명의 연희동 별채만 환수 가능할 듯
檢, 사망자 추징 법리 검토 계속
'전두환 추징 3법'은 1년 넘게 국회 계류중

전두환 씨의 연희동 자택 앞. 박종민 기자
법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본채 및 정원에 대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공매 처분이 위법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법원 결정에 따라 미납 추징금 956억원 환수는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추징금 완납을 위해 검찰이 넘어야 할 장애물은 크게 2개다. △피고인이 사망해도 추징할 수 있는지 △타인 명의로 된 재산을 몰수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추징금 집행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원칙적으로 중단되기도 하는 데다 연희동 자택 등 주요 재산의 명의가 이미 가족에게 넘어간 상태다. 검찰이 명의 이전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사망자로 명의를 이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고 보는 분위기다.

檢, '사망자 추징' 법리 검토…'전두환 3법'은 국회 계류중  

전씨가 내야 할 추징금은 2205억원으로, 이 중 956억원은 여전히 미납 상태다. 검찰은 전씨가 사망한 지난해 추징금 14억원을 집행했다. 전씨 장남 전재국씨가 운영하는 출판사 시공사를 상대로 3억5000만원을, 전씨 일가 소유 선산 등을 공매해 10억원을 회수했다. 이밖에도 연희동 자택, 오산시 임야, 용산구 빌라와 토지 등 수백억원 상당의 재산을 압류한 뒤 공매 집행을 놓고 전씨 측과 소송 중이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 빈소. 박종민 기자
지난해 11월 전씨가 사망하면서 956억원 환수 가능성은 더더욱 불투명해진 상태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미납 추징금 집행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그 절차가 중단된다. 예외적으로 몰수 또는 조세, 전매 기타 공과에 관한 법령에 의해 재판한 벌금 또는 추징은 그 재판을 받은 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상속재산에 대해 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전씨의 경우 해당하지 않는다. 전씨는 '조세, 전매 기타 공과에 관한 법령'의 추징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씨가 지난해 사망한 뒤 '공무원범죄몰수법 개정안'에 근거해 제3자 명의의 재산에 관해 추가 집행이 가능한지 법리 검토 중이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이 '전두환 재산 추징 3법(형법개정안·형사소송법개정안·공무원범죄에관한몰수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3법에는 추징 판결을 받은 자가 사망한 후에도 상속 재산에 대해 추징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위헌 소지가 크다는 판단에 당론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검찰의 마지막 승부처 '이순자→전두환' 명의 이전

타인 명의의 재산을 환수하는 것 역시 녹록치않다.  Δ전씨가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취득한 뇌물(불법재산)이어야 하고 Δ상속인들이 해당 재산이 불법재산이라는 정황을 알면서 재산을 취득했어야 한다는 2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전두환 씨의 부인 이순자 씨. 박종민 기자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장낙원 부장판사)는 17일 전씨 배우자 이순자씨와 전씨의 옛 비서관 이택수씨가 캠코를 상대로 낸 공매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부동산 매각 결정은 집행 당사자로서 적격을 갖추지 못한 집행 처분으로, 캠코의 부동산 매각 결정은 무효라고 결론지었다"라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연희동 자택은 형사 판결 당사자인 전씨의 재산이 아니므로 공매 처분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연희동 자택은 본채(이씨 명의), 정원(이 비서관 명의), 별채(며느리 이윤혜씨 명의)로 구성돼 있다.

대법원 역시 지난해 4월 연희동 자택 본채와 정원은 전씨가 대통령 취임 이전에 취득한 재산이라 불법 재산으로 볼 수 없고, 이에 따라 몰수 대상도 아니라고 판단한 서울고법 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며느리 소유의 별채는 불법재산이라는 사실이 증명됐다. 별채는 2013년 전씨의 처남인 이창석씨에게 낙찰됐다. 이씨는 전씨가 재임기간 받은 뇌물로 비자금을 만들어 이 비자금으로 별채를 샀다. 법원도 "전씨의 처남 이창석씨가 불법으로 별채를 취득했고, 며느리는 불법재산인 정황을 알면서 별채를 취득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명의 이전 소송을 통해 본채와 정원도 환수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서울서부지법에 이씨와 그 자녀들, 이 비서관 등 11명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을 제기했다. 차명재산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면 환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착안한 조치다. 지난해 대법원은 이씨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연희동 자택 등을 전씨 명의로 회복한다면 추징판결이 가능하다고 단서를 달기도 했다. 다만 사망자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해 추징금을 집행할 수 있을지 여부는 쟁점으로 남아있다. 검찰은 전씨가 사망하기 전에 소를 제기한 만큼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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