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4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잘 버텨주고 이겨내 줘서 고맙다고. 이제 편하게 웃으면서 쉬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비록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지만 김보름(강원도청)은 행복했다.
김보름은 19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오벌(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8분16초81의 기록으로 17명의 출전 선수 중 5위를 기록했다.
레이스 중반까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마지막에 치고 나오는 힘이 부족했던 김보름은 아쉽게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그러나 김보름은 만족했다.
그는 4년 전 평창 대회 팀 추월 경기에서 벌어진 '왕따 주행' 논란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꼬리표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베이징 대회 출전 전까지 마음고생을 했다.
김보름은 이미 눈시울이 붉어진 상태로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으로 걸어왔다.
그는 "정말 평창 대회가 끝나고 오늘까지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그래도 이렇게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제가 경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김보름은 "그래도 메달을 못 땄지만 최선을 다했고 5위라는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면서 "팬들이 보내준 소셜미디어(SNS) 메시지 하나하나가 저에게는 더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김보름은 아무도 자신을 응원해 주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 속에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준비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응원에 힘을 얻게 됐다고 설명하며 눈물을 흘렸다.
팬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5위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지금의 성적에 만족한다고 했다.
"아픔과 상처가 조금은 아물었던 그런 기간이었던 것 같고, 저는 지금 그래도 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행복한 거 같아요. 응원을 받는다는 게 정말 이런 기분이구나…"
김보름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동안 너무 많이 울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의지였다.
"4년을 버틴 스스로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어요?"(취재진)
"그래도 4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잘 버텨주고 이겨내 줘서 고맙다고, 이제 편하게 웃으면서 쉬라고 말해주고 싶어요."(김보름)
김보름의 마지막 말에 믹스트존에 있던 취재진의 가슴도 뭉클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