얹혀살다 쫓겨나자 "집 줘"…천륜 저버린 동생이 벌인 참극

매형 이어 누나까지 살해하려 해놓곤 "공격당했다" 합리화
고의 부정·심신미약 주장에 법원 "피해 심각" 징역 18년 선고

연합뉴스
"거기 있는 집 나한테 줘", "내가 집 리모델링하느라 쓴 돈 돌려 달라고"


이렇다 할 직업이나 소득 없이 부모님이 거주하던 집에 살던 A(57)씨는 2020년 4월 쫓겨났다.

A씨의 친누나 B(66)씨가 20년 전 모친을 위해 샀던 집이었지만, 모친이 뇌출혈로 요양원에 입소하자 A씨를 상대로 건물 인도 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기 때문이다.

패소한 A씨는 주거지 없이 여러 곳을 전전하다가 B씨에게 "집을 달라"거나 정체불명의 리모델링 비용을 달라는 등 지속해서 금전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A씨는 B씨 내외로부터 연락을 차단당하기에 이르자 끔찍한 살인 범행을 계획했다.

쫓겨난 지 1년여 만인 지난해 5월 12일 오전 8시 55분께 강원 강릉시 B씨의 집으로 찾아간 그의 장갑 낀 손에는 흉기가 들려 있었다.

현관 부근을 서성이던 A씨는 B씨의 사실혼 배우자인 C(67)에게 들켜 "네가 뭔데 여기 왔어"라는 말을 듣자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쓰러뜨렸다.

일어난 C씨가 A씨의 범행을 제지하려고 했으나 A씨는 20여 차례나 더 흉기를 휘둘렀다.

A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범행을 목격하고 "그만두라"고 소리치는 누나 B씨에게까지 흉기를 휘둘렀다.

가까스로 도망친 B씨의 신고로 범행은 끝이 났지만, C씨가 목숨을 잃었고 B씨 역시 비장이 파열돼 응급수혈 뒤 수술을 받는 등 중상을 입었다.

그런데도 A씨는 수사기관에서 C씨로부터 먼저 공격을 받아 범행을 저지른 것처럼 합리화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살인죄와 살인미수죄로 선 법정에서도 "수십 년간 우울장애와 공황장애 등을 겪었고, 범행 당시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A씨가 20여 년간 정신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범행 전후 행동이나 범행에 대한 기억 정도 등을 근거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징역 18년을 선고하고, 5년간 보호관찰을 받으라고 명령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홀대를 당하자 격분해 찔렀을 뿐 살해하려는 고의는 없었다"며 흉기는 대화가 잘 풀리지 않으면 자해할 목적으로 소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범행 당시 맨손이 아닌 장갑을 끼고 있었고, 피해자들에게 어떠한 대화 의사를 보이지도 않고 마구 찌른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는 "죄질이 나쁘고,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에도 합의하거나 피해를 보상하지 못했다"며 A씨가 낸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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