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내내 물가 전망과 대응에 실패하면서 치솟는 물가의 고삐를 놓쳤던 정부로서는 2022년 첫 달 상승률이 지난해 마지막 달보다 조금이라도 낮아졌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었을 터다.
그러나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크게 영향을 받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즉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0%로 2012년 1월 3.1%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전달보다 낮아진 것도 정부의 설 민생안정대책과 지난해 12월 일시적으로 하락했던 국제유가 덕분에 1월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결과였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가공식품 그리고 서비스 특히, 외식 가격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가공식품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3.8%에서 지난달 4.2%로 올랐고 외식 가격 상승률 또한 4.8%에서 5.5%로 껑충 뛰었다.
문제는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 등은 '하방경직성'이 강한 품목들이라는 점이다. 일단 가격이 한번 오르면 수요·공급 상황과 관계없이 좀처럼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부,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 안정에 부심
기획재정부 이억원 제1차관은 지난 18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물가상방압력이 내구재와 개인서비스 등 하방경직성이 강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 안정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이억원 차관은 "하방경직성이 높은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 특성을 고려할 때 한층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물가 안정 노력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총력 대응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효과적인 대책은 정작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차관은 "기재부·농식품부 합동 가공식품·외식업계 간담회 등 업계 소통을 강화해 가격 인상 자제 및 시기 분산 등을 지속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프랜차이즈 브랜드 상위 업체들의 대표 외식 품목 가격과 배달수수료 현황을 각각 매주 그리고 매달 소비자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올해도 정부 물가 전망 크게 엇나갈 가능성
이와 함께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가격 담합 등 불공정행위에 기반한 가격 인상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강조하고 있다.
결국, 가공식품과 외식 업체들에 대한 가격 인상 자제 요청과 압박이 물가 안정 대책의 핵심인 셈이다.
물가 상승 책임을 업계에 전가한다는 반발이 나오는 까닭이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다시 급상승세를 보이는 국제유가 영향이 이달부터 국내 석유류 가격에 반영되면 물가 상승세는 한층 가팔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지난해 2.5%보다 낮은 2.2%로 전망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보다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의 물가 전망이 크게 엇나갈 가능성이 아주 높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