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면 계약금으로 내려고 모아둔 돈을 투자했는데, 마음이 쓰리다."(오스템임플란트 소액주주 A씨)
"대출을 받아 투자했는데, 거래정지 상황을 장기간 버티기 힘들다. 보험이라도 깨야 할까 싶다."(오스템임플란트 소액주주 B씨)
2천억 원대 역대급 횡령사건이 발생한 코스닥 상장사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식을 보유한 이들은 주식 거래재개 여부를 가를 한국거래소의 결정을 이처럼 초조한 심정으로 지켜봤지만, 결국 '상장폐지 심사 절차 진행'으로 귀결됐다. 18일에는 경영진의 배임 사건으로 1년 9개월 동안 거래 정지 상태가 지속된 바이오기업 신라젠의 상장폐지 심사 결과가 나온다. 기업의 돌발 리스크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개미'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상장폐지 심사 받는다…거래정지 지속
한국거래소는 전날 "오스템임플란트를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는 것은 쉽게 말해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짓는 '심사대'에 올랐다는 뜻이다. 거래소는 지난달 3일 오스템임플란트가 내부 직원 이모씨의 업무상 횡령 사실을 공시하자 곧바로 주식 거래를 정지시키고 심사 대상인지 여부를 검토해왔다.
거래소는 검토 과정에서 회사의 영업 지속성, 재무 건전성, 경영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는데, 오스템임플란트는 내부 회계관리제도 운영이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에 따라 오스템임플란트는 15일(영업일 기준) 이내에 개선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며, 거래소는 제출 시점으로부터 20일 이내에 기업심사위(기심위)를 열어 '상장유지', '상장폐지', '개선기간(1년 이내) 부여' 등 3가지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결정하게 된다.
심사 기간 거래 정지 상태는 유지되며, 기심위에서 상장유지가 결정될 경우에만 거래 재개된다. 상장폐지 결론 땐 다시 2심 격인 코스닥시장위원회(시장위)로 안건이 넘어가 20일 이내에서 심의가 이뤄지고, 마찬가지로 기심위 때와 같은 3가지 선택지 내에서 결론이 난다. 개선기간 부여 결론이 나오면 해당 기간이 지난 뒤 기심위에서 다시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인 상장폐지를 면하더라도 개선기간 부여와 잇따르는 심사 등으로 거래 정지 기간이 앞으로도 최대 1년 이상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향후 이 회사의 상장폐지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 의견이 적지 않다. 3월 말까지가 제출시한인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 의견이 부정적으로 나올 경우 심사에 악재로 작용할 순 있지만, 이 회사 자체는 국내 업계 선두주자로 꼽힐 만큼 튼실하다는 취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오스템임플란트라는 기업 자체는 영업도 충실히 이뤄지고 있고, 매출도 발생하고 있기에 상장폐지로 갈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횡령사건과 그에 따른 거래정지로 피해를 본 소액주주들은 오스템임플란트와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절차를 준비, 또는 진행 중이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소액주주는 재작년 말 기준 1만 9856명으로, 발행 주식의 55.6%(794만주)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약 2천명의 소액주주들의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한누리 측은 "사업, 감사보고서 부실기재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라젠 오늘 운명의 날…상장폐지 여부 2차 결론
신라젠 소액주주들은 절차상 오스템임플란트 주주들보다 더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 거래소 시장위는 이날 기심위가 앞서 내린 '신라젠 상장폐지 결정'을 굳힐지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1심 격인 기심위는 지난달 18일 이 회사의 신약 개발 제품군이 줄고, 제출된 기업 개선계획서 내용 가운데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임상시험 종료 시점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이번 시장위 심의에선 신라젠 측이 기업 가치가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설명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위가 같은 결론을 굳혀 회사가 이의신청을 할 경우 시장위의 재심의가 이뤄지게 되고, 개선기간(1년 이내)이 다시 부여 되더라도 그 기간만큼 거래 정지는 이어지게 된다.
지난 1년 9개월 동안 거래 정지 상태에서 신음했던 주주들은 시장위가 '상장유지'를 의결해 거래를 재개시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2020년 말 기준 소액주주 수는 17만 4186명으로, 보유 주식 지분율은 92.60%다.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의 이성호 대표는 "회사의 임상 데이터가 좋아서 임상 대상을 확대한 것인데, 시험 종료 시점이 지켜지지 않았다고만 보는 건 맞지 않다. 이런 부분을 거래소 측에도 설명했다"며 "무조건 거래재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위 심사를 앞두고 강경대응에 나선 주주들도 있다. 신라젠주주연합은 기심위의 상장폐지 결정이 공표되기 4시간 전쯤 신라젠 최대주주인 엠투엔의 주가가 폭락했다며 기심위 내부 정보 유출을 의심하면서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과 임직원들을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신라젠은 한때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2위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문은상 전 대표 등 전직 경영진이 배임 등 혐의로 연달아 재판에 넘겨지면서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문 전 대표 등은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350억 원을 빌려 신라젠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 후 신라젠에 들어온 돈을 다시 페이퍼컴퍼니에 빌려주는 '자금 돌리기'를 통해 1918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5년에 벌금 350억원을 선고 받고 항소했다.
이 사건 여파로 신라젠은 2020년 5월부터 주식거래가 정지됐으며, 거래소는 그해 6월 신라젠을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한 뒤 11월 개선기간 1년을 부여했지만, 기심위 재심의에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