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움직임은 같은 시기 미사일 타격을 담당하는 육군 미사일사령부가 '미사일전략사령부'로 바뀌는 일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현대전에서 각 군이 합동작전을 벌이는 일은 필수인 만큼, 미래에는 합동부대로 또는 상위 지휘체계 개편을 통해 효과적인 미사일 공격과 방어를 하는 쪽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17일 "전략적·작전적 공중 위협을 감시하고, 복합·광역 다층 미사일 방어 및 지역 방공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내용을 담은 공군방공유도탄사령부령(대통령령 29321호)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방공'에 묶어두기엔 역할 커졌다"…미군은 전략사령부가 공격·방공 모두 맡아
국방부는 "'국방개혁 2.0 기본계획'상 공군방공유도탄사령부 부대개편 취지를 반영하고,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그린파인 레이더) 추가 도입과 천궁-Ⅱ(M-SAM) 등 주요 전력 증강과 병행해 주 임무에 부합되도록 부대 이름을 바꾸고 조직 개편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 '방공유도탄사령부'가 어감상 단순히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한다는 의미에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요격 레이더를 운용하며 날아오는 미사일을 탐지하고 이를 위해 관제 임무도 맡는 등 '방공'이라는 단어로만 표현하기엔 역할이 너무 커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요격만 담당한다는 인상을 주는 현재 명칭은 다소 부적절한 면이 있다"며 "현대전에서는 통제와 관제가 매우 중요한데, 이러한 성격을 보다 명확히 부여하고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강화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사실 우리 군은 육군과 공군이 맡는 역할이 미군에서 그것과는 반대다. 미군은 전략사령부(STRATCOM) 예하 구성군사령부로 공군 지구권타격사령부(AFGSC)를 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폭격기를 운용한다. 대신 육군 우주·미사일방어사령부(SMDC)가 방공무기체계를 운용하며, 이 때문에 유명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도 미 육군에서 운용한다.
이는 전 세계를 관할하는 미군 특성 때문인데, 본래 육군도 핵탄두를 탑재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1987년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맺은 뒤 모두 폐기됐다. 게다가 냉전이 끝나면서 육군이 핵무장을 하게 만든 원인인, 대규모 소련군 위협이 상당수 줄어들었다. 결국 1992년을 기점으로 미 육군에 전술핵무기를 운용하는 부대는 하나도 없게 됐다.
물론 어떤 군에서 공격을 맡고 방어를 맡든, 대기권(고도 100km까지) 보다 훌쩍 더 높이 날아올 수 있는 적 미사일을 탐지하고 막기 위해서 우주 기반 자산이 필요하다는 점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렇기에 '육군' 미사일방어사령부라고 해도 공군과 협력하는 일이 필요하고, 이는 미군 전략사령부가 공군과 육군 사령부를 함께 구성군사령부로 두게 된 이유가 됐다.
"항공과 우주는 못 떼놓는다"…미사일 방어뿐 아니라 전략공간으로서 우주 활용 필수
공군은 본래 우주와 관련이 깊다. 태생 자체가 하늘을 날아다니기 위한 군이기 때문에 이를 우주 공간을 날아다니는 데에도 응용할 수 있다. 미사일 공격과 방어 모두 항공우주에 대한 전문지식과 노하우가 필요하며, 아직은 위성 활용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우주 공간도 미래에는 전투에 활용해야 한다.
실제로 미사일이 더 발전하면 지상표적뿐만 아니라 인공위성 등 우주에 있는 표적도 타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무기체계를 '위성요격무기(ASAT)'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적국 정찰위성이나 통신위성을 마비시키면 첩보 수집을 방해하고 지휘체계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이를 일치감치 깨달은 선진국들 가운데는 우주 공간에서 작전을 염두에 두고 전력을 만들기 위해 우주군을 따로 창설하거나, 공군을 항공우주군으로 개편한 사례가 꽤 있다.
미군은 2019년 우주군을 별도로 창설했고, 러시아는 1992년에 처음 우주군을 창설했다가 경제 악화로 5년만에 없앴다. 이후 2001년에 우주군을 다시 만들었다가 2015년 공군과 통합해 '항공우주군'이 됐다. 프랑스도 2020년에 공군을 '항공우주군'으로 바꿨으며 일본도 항공자위대를 '항공우주자위대'로 바꾸기로 했다.
이 가운데 미군은 통합전투사령부 중 하나로 우주사령부를 두고 있다. 미군은 우리처럼 합동참모본부가 아니라 지역과 기능을 담당하는 통합전투사령부 사령관에게 군령권이 주어지는데, 그만큼 우주 공간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양대 기계공학부 조진수 교수는 "항공과 우주를 대기권(고도 100km) 기준으로 자꾸 분리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수십년 전 사고방식이다. 둘은 절대로 뗄 수 없다"며 "고도가 올라가면 우리가 신경써야 할 우주 공간은 고도의 3제곱으로 커지는데, 차기 정부가 중요성을 인식하고 예산을 많이 할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역 시절 육군 미사일사령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현재 국가 최고 의사결정기관이 국가우주위원회인데 위원회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다 보니 협조가 잘 되지 않는다"며 "국방우주진흥법에서 총리급으로 격상시켰지만, 우주 공간을 열어가려면 국가정보원까지 협력해야 하기에 대통령급으로 격상시키고 비상설이 아닌 상설위원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본래 우주 공간에서 쓰이는 위성 등은 민간과 군의 경계가 모호한 면이 있다.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정보원, 민간 기업까지 두루두루 협력해야 하기에 군 내부에서도 합동성이 필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는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에서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던) 합동전략사령부를 만들거나 두 사령부 중 하나를 합동사령부로 개편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처럼 우주·사이버 등 전략공간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전략사령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최근 대두되고 있다. 군 당국도 이 점을 모르지 않는 만큼 새 정부 출범 이후 국가전략에 다소간 변화가 생기면 다시금 추진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번 개편은 한국군 전력이 북한 미사일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전략사령부 창설을 통해 육해공군 핵심전력 합동성을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