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름(강원도청)은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값진 메달을 따고도 기뻐할 수 없었다.
앞서 열린 팀 추월 경기에서 '왕따 주행' 논란을 겪으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기 때문이다.
팀 추월에서 노선영이 한참 뒤처진 상태로 결승선을 통과했는데 김보름이 노선영을 챙기지 않았다는 지적과 인터뷰 태도 이슈가 겹치면서 논란이 커졌다.
김보름은 '왕따 주행'은 없었다고 강조했고 문화체육관광부도 감사를 통해 이를 확인했지만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김보름이 외쳤던 진실은 최근 재판 결과를 통해 다시 한번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황순현 부장판사)는 16일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보름은 그동안 노선영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며 그를 고소했고 법원은 김보름의 손을 들어줬다. '왕따 주행' 논란도 끝났다.
김보름은 1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재판 결과에 대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길고 길었던 재판이 드디어 끝났다"는 문장으로 글을 시작했다.
김보름은 "지금 생각해봐도 평생동안 내가 그 이상으로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수많은 고통을 참아가며 최선을 다해 운동했다"며 올림픽 메달을 따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평창 대회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2018년 2월 24일. 내 몸은 내가 노력했던 그 시간들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적었다.
2018년 2월 24일은 김보름은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 종목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날이다.
하지만 김보름은 메달을 따고도 빙판 위에서 눈물을 쏟았고 자신에게 등 돌린 여론을 향해 사죄의 뜻이 담긴 절을 올려야 했다.
김보름은 "그 이후 4년. 정말 많이 힘들었고 포기하고 싶었다"며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채 거짓이 진실이 되고 진실이 거짓이 되는 상황"이 가장 힘들었다고 전했다.
재판을 통해 드디어 진실이 밝혀졌다고 강조한 김보름은 위자료로 받는 금액을 모두 기부할 계획이라며 "내가 겪었던 일들을 계기로 앞으로는 이런 피해를 보는 후배 선수들이 절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보름에게 지난 4년은 상처와 아픔으로 가득 했다.
김보름은 "모두에게 지나간 일이겠지만 나는 아직도 그 시간 속에 머물러 있다. 문득 떠오르는 그때의 기억들은 나를 늘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한다"고 전했다.
그날 이후 공황장애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기 시작했고 지금도 경기 전에 약을 먹지 않으면 경기를 할 수가 없을 정도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김보름은 "상처와 아픔은 평생 사라지지 않겠지만 오늘로서 아주 조금 아물어가는 것 같다. 이제야 평창올림픽을 미련없이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며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린 시절부터 올림픽 금메달을 꿈꿨다는 김보름은 "비록 지금 4년 전 기량에 비해 부족하더라도 이번 올림픽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물론 평창에서 보여드리지 못했던 나의 밝은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다. 꼭!"이라고 다짐했다.
더불어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았고 그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이겨냈던 선수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싶다.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내 마음 속에 머물러 있던 평창. 이제 진짜 보내줄게. 안녕.. 평창.. 잘가.."라는 문장으로 글을 맺었다.
김보름은 오는 19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경기에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