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구리시가 전 직원들의 전화번호 등을 조사하기 위해 보낸 문서에 인맥 분류와 만난 상황, 추천인 등을 적는 칸들을 감춘 것으로 드러났다.
구리시 정보통신과는 지난달 3일부터 11일까지 전 부서에 '직원 전화번호부 현행화 및 직원 전화번호 관련 조직도 정비를 위한 자료 제출'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 첨부한 엑셀 파일에는 성명, 부서/팀, 휴대폰 전화번호, 사무실 전화번호, 직책, 담당업무, 주소, 이메일, 행정 전화 앱 설치 여부, 미설치 사유, 2022년 1월 1일 인사발령자, 비고 등을 적도록 했다. 이 현행화 작업은 지난 7일까지 진행됐다.
그런데 이 엑셀 파일 상단 N 열과 V 열 사이에 인물 메모, 생년월일, 양(1)/음(0), 인맥 분류, 만난 상황, 추천인, 관심사 등을 적는 O~U 열이 숨겨져 있었다.
N 열 다음에 순서대로라면 O 열이 나와야 하는데, V 열이 나와 그 사이를 벌려보니 이같이 감춰진 행들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접힌 F~I 열도 펼쳐보니 집 전화번호와 팩스 전화번호, 회사명, 부서 등이 적혀 있었다. 또 L 열에는 우편번호가, M 열에는 주소가 각각 감춰져 있었다.
직원들 "선거운동 아니냐" vs 구리시 "직원 실수"
인맥 분류와 만난 상황, 추천인 등이 감춰져 있었던 것을 알게 된 구리시 일부 직원은 반발했다.
A씨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시에서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 누구 라인인지 한 번 다 따져보려고 일부 부서에만 감춘 사실을 알려줘서 조사한 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며 "일반인들이 봤을 때도 이건 사찰용"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아울러 "의혹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이라면 지워서 보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부적절했다"라고 지적했다.
구리시 정보통신과는 담당 직원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며, 감췄던 인맥 분류 등 항목들을 적어서 보낸 부서는 한 곳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시 정보통신과 관계자는 "코로나19 자가 격리자를 전담하는 공무원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사용하는 B업체 메신저의 서식을 그대로 내려받아 썼다"라며 "엑셀 파일의 열들을 삭제하면 열이 안 맞아 업로드가 되지 않아서 필요 없는 부분들을 감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식 자체가 사내 감찰하듯이 직원들 성향 조사한 것 같아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우리가 이걸 조사할 이유가 없다"며 "감춰진 항목들을 펼쳐본 직원이 되게 이상하고, 이거는 기삿거리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 "B업체에 물어보니 처음에 소상공인들 위주로 만들다 보니까 만난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등록할 때 추천인, 관심사를 적어놓게끔 했던 것이라고 들었다"라며 "이 메신저는 지난해 11월 행정안전부에서 사용을 권고했고, 우리가 도입을 위해 조사할 때에도 이미 지자체 4~5곳에서 쓰고 있었다"라고 했다.
B업체의 메신저를 사용하는 다른 지자체 정보통신과 관계자는 "이 메신저는 순전히 자가 격리자와 연락할 때만 사용하기 때문에 이 메신저의 서식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인사이동이 있을 때도 각 부서에 공문을 보내면 회신도 빨리 안 와서 조직도에 있는 DB를 가져와 정보를 업데이트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