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6일 김정일 생일 80주년을 맞아 일주일 째 대대적인 경축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전 업적을 다양하게 찬양하는 것은 이미 예상했던 일인데 특이하게도 핵 무력 등 군사 분야 업적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김정일 생일 80주년 중앙보고대회 소식을 전한 노동신문 기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전 업적으로 "강국 건설의 제일가는 밑천 마련", "사회주의 조선의 국력과 지위" 등을 들었다.
예전과 달리 핵 무력 등 군사 분야 업적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고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과거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성과를 부각시킬 때 핵 무력 건설을 비롯한 군사 분야의 치적을 집중 부각한 시킨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관련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앙보고대회만이 아니라 일주일 동안 북한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는 각종 행사에서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등 대외 메시지는 없다는 것이 통일부의 평가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규모가 있는 여러 행사를 열었으나 이런 행사를 대외 메시지를 발신하는 통로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없었다"며, "주민들을 위한 내부 축제로 행사를 진행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정일 생일 80주년을 맞는 이번 중앙보고대회는 예전처럼 평양이 아니라 백두산 인근 삼지연에서 열렸다. 북한이 수도에서 개최해온 중앙보고대회를 지방인 심지연에서 개최한 것은 처음으로, 김정은 위원장도 5년 만에 참석했다.
북한이 중앙보고대회를 혹한의 추위 속에 삼지연에서 개최한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3단계의 삼지연시 재개발 사업을 완료한 뒤 이를 자신의 성과로 제시하고 있다. 삼지연 건설은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 탄생 80돌에 드리는 충성의 선물"이라는 것이 김 위원장의 말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일 위원장이 태어났다고 선전하는 백두산 삼지연시를 경축무대로 삼아 백두혈통인 김정은 위원장의 정통성을 부각시키면서 삼지연 건설이라는 건설 분야 성과도 자연스럽게 내세우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김정일 추모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대외 메시지 없이 내부 단결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두산 삼지연이 주요 경축 무대가 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동선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2년 집권 이후 매년 아버지 생일인 2월 16일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으나, 이번에는 17일 현재 관련 보도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중앙보고대회 이후 삼지연에서 평양으로 복귀하지 않고 다른 지역에 머물며 금수산 참배를 갈음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이번 추모행사에서 대외 메시지를 내지 않고 체제결속에 주력하는 것이 한국과 미국을 의식한 것이냐는 질문에 "(이런 동향을) 북한의 전반적 정세 인식이나 향후 행보에 대한 지표로 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