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부터 알파인 스키 전설 허승욱을 넘어설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초등학교 6학년, 2001년 동계체전에서 알파인 4개 종목을 휩쓸며 사상 최초로 초등학생 MVP가 됐다.
국제대회에서도 꾸준히 성적을 내며 한국 알파인 스키 간판으로 활약했다. 2017년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한국 알파인 스키 역대 최고 성적 14위를 기록했고,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2017년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도 땄다.
하지만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은 출전 자격을 얻고도 협회와 갈등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허벅지 봉합 수술을 받고 출전해 완주에 실패했다. 2014년 소치 올림픽 회전에서는 실격됐다. 대회전은 41위. 2018년 평창 올림픽 때는 대회전(완주 실패)에서 부상을 당해 회전 27위에 머물렀다.
정동현은 1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3위로 통과하며 네 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목표는 한국 알파인 스키 최초 20위 이내 진입이었다.
정동현은 16일 중국 베이징 북구 옌칭의 국립 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남자 회전에서 1, 2차 시기 합계 1분47초69를 기록했다. 목표였던 20위 이내 진입보다 딱 한 계단 낮은 21위로 주행을 마쳤다.
전설 허승욱이 1994년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 남자 회전에서 기록한 한국 알파인 스키 최고 성적 21위와 같은 순위다.
당시 허승욱은 2분13초66을 기록했다. 정동현의 기록은 1분47초69. 20초 이상 차이가 나지만, 28년 사이 스키 기술의 발달로 앞당겨진 기록이다. 하지만 당시 허승욱과 금메달의 격차는 11초64, 현재 정동현과 금메달의 격차는 3초60이다. 세계와 격차는 분명 좁아졌다.
무엇보다 11초64와 3초60의 차이 8초04는 오롯이 정동현의 땀으로 좁혀진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