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청 20대 신규 공무원이 이러한 근무 환경에서 고된 일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임용 한 달, 야근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주말 방역 업무까지 짊어져야 했던 압박감을 견디지 못했다.
16일 경찰과 전주시에 따르면, 전주시청 9급 공무원 A씨(27·여)는 15일 오전 7시 30분쯤 전주시 덕진구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 측은 A씨의 휴대전화 안에서 메모장에 적힌 유서를 발견했다.
'엄마 아빠 오빠에게 미안하다'고 시작한 유서에는 '나 진짜 못 버티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유서에는 '24시간 내내 하루 종일 업무 생각 때문에 미칠 것 같다. 귀에서 이명도 계속 들리고 속도 쓰리고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A씨는 '공무원 됐다고 좋아했는데 미안해. 나도 이렇게 힘들 줄 몰랐네…'라고 했다.
올해 1월 전주시청 공무원으로 임용되고 첫 출근을 한 지 불과 1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A씨 유족은 CBS노컷뉴스와 전화에서 "평소 고인의 출퇴근을 가족이 도와줄 정도로 야근이 잦았고 격무에 시달리며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유족의 말은 과언이 아니었다. 1월 말에서 2월 초 사이 A씨는 친구와 나눈 대화에서 격무를 지속적으로 호소했다.
A씨는 친구에게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계속 터진다"며 "담당자가 다른 두 가지 사업의 (예산 관련)일을 내가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친구가 "신입한테 제대로 된 교육도 없이 이렇게 일을 시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묻자, A씨는 "설날 연휴 자가격리자에게 물품을 배송도 한다. 나라가 나서서 노예를 만든다"고 하소연했다.
"다들 퇴근하고 나만 남을 상황이었는데 오히려 옆 팀 직원이 도와줬다. 주말 역학 조사로 인해 일주일 계속 일하게 됐다. 다음 주 처리할 게 있어서 월요일 연가도 못 낼 것 같다."
A씨 유족은 "유서와 친구들과의 대화 내용만 보더라도 충분히 업무 스트레스를 받고 숨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전주시 관계자 등을 상대로 법적 조치 등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주시 관계자는 "평소 A씨가 힘든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면서도 "A씨의 업무가 힘든 점이 있었는지 등 유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