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미 2018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던 사건인데, 이번에 새롭게 수사에 착수할 만한 증거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채로 사건이 넘어왔기 때문이다. 유의미한 증거가 없으면 경찰 단계에서 고발이 각하(취소)될 수 있다.
15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수원지검은 시민단체인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가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아내 김혜경씨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 사건을 최근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첩했다.
이 사건은 2018년 4월 '정의를 위하여'라는 닉네임의 트위터 계정(@08__hkkim)이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당시 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전 장관 측의 고발로 시작됐다. 이 트위터 계정은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가 취업 특혜를 받았다는 게시글도 올리며 문 대통령과 준용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았다.
경찰은 당시 고발 내용과 수사를 토대로 트위터의 계정주는 김혜경씨고,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 모두 인정된다며 김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김씨가 해당 트위터 계정주라고 볼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기소중지' 처분했다. 허위사실유포 혐의도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법세련이 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재차 고발하며 혜경궁 김씨 사건은 4년 만에 다시 조명됐다.
법세련이 대검에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법세련은 이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던 이모씨(지난 1월 사망)가 김씨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녹취를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녹취록의 존재여부와 내용이 수사를 판가름할 핵심 증거인 셈인데, 녹취록은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법세련 관계자는 "기존에 수사한 기록이 있기 때문에 이씨의 녹취록이 확보된다면 또다른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혜경씨 등 사건 당사자가 포함되지 않은 녹취록은 핵심증거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검찰의 기소중지를 뒤집기 위해선 보다 직접적인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 새로운 증거가 없을 경우엔 경찰이 고발을 각하(취소) 결정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검찰에서 처리하기 부담스러운 사건을 경찰에 이첩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한 경찰 수사관은 "이 사건은 김씨의 자백 등 새롭거나 실체가 있는 증거가 나와야 수사도 뻗어나갈 수 있으며, 제3자의 녹취 등 간접증거로는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며 "검찰이 이런 내용을 살피지 않고 이첩한 거라면 대선을 앞두고 떠넘긴 것으로도 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번 사건이 직접수사 범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사건을 이첩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또 수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고발 내용이나 증거 여부 등을 판단할 권한도 없다고 했다. 수사방향이나 내용 등 모두 수사의 주체인 경찰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건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경찰에 이첩한 것"이라며 "때문에 고발된 내용도 검찰에선 판단할 수 없으며, 수사 주체인 경찰이 판단하고 결정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