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尹 '사법개혁'안 나오자…법조계 "'검찰 중심주의' 우려"

지난 14일 尹 '사법개혁' 발표…검찰 독립성·권한 강화에 '방점'
법조계 "장관의 수사지휘권 유명무실하지만 폐지는 신중해야"
"공수처 고위공직자범죄 수사 우선권 폐지하면 고사…우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사법구현 등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내놓은 '사법개혁'이 다시 극단적인 검찰 권력 강화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으로 인한 부작용을 보완하겠다고 내놓았지만, 운영의 문제를 제도의 문제로 치환해 혼란을 자초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무부장관 수사지휘권, 검찰 권한 견제 역할…폐지는 신중해야" 

윤 후보가 지난 14일 발표한 이른바 '사법개혁'은 △법무부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의 독자적 예산 편성, △공수처의 공직자범죄 우선권 삭제 등이 골자다. 검찰의 '독립성'과 '권한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 법무부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를 들고 나온 배경에는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겪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의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 전 장관과 박범계 장관이 7개 사건에서 3차례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지만, 그 기준과 내용이 법과 원칙보다 정치적 압력과 보은에 가까웠다"고 주장했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장관이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법 조항은 정치적 논란을 부를 수 있어 헌정사상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사례는 총 4차례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 3번 수사지휘권 발동이 이뤄졌다. 추 전 장관이 '채널A 사건' 등에서 윤 전 총장을 사실상 배제하는 취지의 수사지휘를 내리는 등 두 차례에 걸쳐 지휘권을 발동했다. 이후 박 장관이 지난해 3월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에 대해 "처리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이 든다"며 다시 판단하라고 수사지휘한 사례가 있다.

법조계에서는 장관의 수사 지휘권이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그래도 유지됐던 이유는 검찰 권한에 대한 제동을 위한 것이라 폐지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윤 후보가 추 전 장관 등으로 인한 피해를 '제도'로 맞받아 없애겠다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전직 검찰 관계자는 "장관의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 권한은 엄밀히 말하면 장관에게 총장을 지휘하라는 말이 아니라, 장관이 일선 검사들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말라는 뜻"이라면서 "그런데 추 전 장관이 아예 검찰총장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나가서 문제가 생긴 것인데, 이 사례로 지휘권 자체를 없애는 건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검찰 관계자도 "제도라는 것은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야 한다"면서 "만약 검찰총장이 폭주하면 누가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지휘해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한 검찰 관계자는 "극단적으로 과격하게 '폐지'라고 표현해서 그렇지, 지금 현 정부에서 행사되었던 장관의 지휘권이라는 게 그런 형태로 발동되어서는 안된다는 논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장관이 인터뷰 등을 통해 지휘인 듯 아닌 듯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 게 일정 부분 있다"고 했다.

학계에서는 수사지휘권은 물론 예산권 확보까지 검토해볼 수는 있지만, 검찰이 여전히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 영장청구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검찰 권한에 대한 견제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게 기본 전제라는 시각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는 대부분 권력형 범죄나 경제 범죄인데, 정치적 외풍이 미치기 쉬운 사건들이라 검찰 수사를 독립시킬 필요는 있다"면서도 "다만 독립된 검찰권을 통제할 수 있는 민주적 제어장치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수처 고위공직자범죄 수사 우선권 폐지하면 고사…우려"

공수처 개혁 부분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고위공직자 부패 사건 수사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적·독점적 지위를 규정하고 있는 독소 조항을 폐지해 검찰과 경찰도 공수처와 함께 고위공직자 부패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건데 이렇게 할 경우 공수처가 고사할 수밖에 없어서다.

공수처가 출범한 이후 정치 편향성과 강제 수사 절차에서 잡음을 적지 않게 일으켰지만,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방지 등 검찰 견제를 위해 탄생한 대의명분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는 권력 기관의 상호 견제와 권한 분산으로 검찰에 쏠린 무소불위의 권력을 견제하고 균형을 잡기 위해 국민의 70~80% 지지와 동의를 얻어 출범했다"면서 "미숙한 점이 있지만 그것 하나를 가지고 평가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고, 장기적으로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상희 교수는 "공수처는 슬림한 조직이고 과천에만 있지만, 검찰은 2천 명이 넘는 전국 조직이다. 경합적 수사권을 가지게 되면 검찰이 조직력과 정보력을 이용해 권력형 범죄를 입건해 그 사건을 묻어버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공수처가 가져갈 수 있는 우선 권한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수처는 고사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법무법인 이공 소속 양홍석 변호사는 "수사기관들끼리 경쟁하는 시스템을 만든 나라는 없다. 있을 수 없는 발상"이라면서 "수사권이 충돌하면 조정해줘야지, 수사기관들이 경합해서 경쟁적으로 수사하면 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검경 사이 사건 떠넘기기에 따른 보완 방향을 내놓은 건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경우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대신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게끔 하고, 불송치 사건 역시 재수사에도 불구하고 범죄 혐의가 있다면 검찰이 송치 요구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겠다고 했다. 또 해사전문법원을 설치하는 등 법원을 전문화·세분화 하는 방안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노동이나 환경 등 다른 전문화된 법원까지 나아가지 못한 건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