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기간 첫날인 15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후보인 제가 제안한 것이니 그쪽(국민의힘)에서도 대통령 후보께서 하겠다, 하지 않겠다 말씀을 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며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결심을 밝혀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선대위 최진석 상임선대위원장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제안에 대해 반응이 너무 오래간다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며 "국민의힘이 단일화할 의사가 없는 것이라고 아직까지는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연일 단일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지만, 윤석열 후보는 사흘째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삼가고 있다. 선대본부는 단일화에 대한 '로우키(low-key)' 대응을 한동안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단일화 제안 자체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지만, 굳이 안 후보의 시간표대로 움직이며 무게감을 높여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물리적으로는 사전투표 이전에만 결론이 나면 단일화가 가능한 것 아니냐"며 "결정적인 시점이나 명분이 갖춰지는 것이 우선이지 안 후보 제안에 대해 2~3일 내 결론을 내든지, 판을 깨든지 선택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관심이 집중됐을 때 단일화 이슈를 키워 무게감을 높이려는 안철수 후보와, 지지율 추이를 살피며 단일화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찾는 윤석열 후보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진행 중인 것이다. 그사이 물밑에서는 참모진들이 상대방의 노림수를 깎아내리며, 서로의 양보를 유도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단일화에 찬성하면서 방법론에 대한 답변을 미루는 태도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이것저것 계산을 하면서 아직 내부에서 단일화 여부에 대한 의견 통일이 안 되는 것 같다"며 "방침을 정해서 안철수 후보를 만나는 것이 예의지, 방치해 고사시키겠다는 것인가"라고 언급했다. 안 후보의 제안이 마뜩치 않다면 타협할 수 있는 새로운 안을 제시하든지 협상 결렬을 선언해 완주할 수 있게 길을 터주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라는 것이다.
다만, 양 측 모두 후보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안 후보가 공을 넘긴 상황이기 때문에 윤 후보가 어느 시점에 결론을 내리는 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시간이 아주 촉박하지는 않아 윤 후보가 바로 역제안을 한다고 해서 급진전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며 "안 후보가 목소리를 높이고, 윤 후보는 숙고하는 국면이 장기화될 것이라 봐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