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약을 복용하는 할아버지와 컵을 함께 썼다가 금지약물이 체내에 흡수됐다는 게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피겨스케이팅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 측의 항변이다.
데니스 오스발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징계위원회 위원장은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카밀라 발리예바의 도핑 논란과 관련해 자세한 이야기를 전했다.
오스발트 위원장은 금지약물 복용이 고의가 아니라고 발리예바 측이 주장한 내용을 소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발리예바의 어머니와 법률 대리인은 지난 13일 스포츠중재재판소(CA) 청문회에서 선수의 체내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된 것은 현재 심장약을 복용 중인 할아버지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할아버지와 함께 지낼 때가 많은 발리예바는 할아버지가 심장약을 먹을 때 쓰는 컵을 함께 사용했고 이 과정에서 금지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이 체내에 흡수됐다는 것이다.
트리메타지딘은 협심증 치료제의 일종으로 이를 복용한 선수는 혈류량의 증가로 지구력이 나아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 2014년부터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금지약물 목록에 포함됐다.
하지만 단순히 같은 컵을 사용했을 뿐인데 심장약에 포함된 성분이 어떻게 발리예바의 체내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이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오스발트 위원장은 이번 도핑 논란은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벌어진 러시아의 조직적인 도핑 조작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만 15세의 어린 선수가 이 모든 일을 혼자서 저지를 수는 없다"며 주위 관계자들에 대한 강도높은 조사를 예고했다.
지난해 12월 금지약물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빚은 발리예바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결정에 따라 15일 오후 열리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CAS에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가 기각당한 IOC는 발리예바가 메달을 획득할 경우 시상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 추후 조사를 통해 도핑 논란을 매듭지은 이후 시상식 개최 여부를 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