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부터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이제 3주가 남은 대선은 여전히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이 계속되고 있다. 안철후 후보의 단일화 제안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남아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대선 후보들은 각자 정당의 특성에 맞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가 내놓은 사법분야 공약은 소속 정당의 정책이나 정체성과는 특별한 연관성이 없는 오직 자신의 검찰총장 시절 경험과 울분을 해소하기 위한 공약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윤 후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개혁안을 공약으로 내놨다. 공수처의 수사대상에 대한 독점적인 수사권을 검찰과 경찰로 분산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경찰도 수사권을 갖도록 포함시킨 것은 검찰의 권한 복원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해 '끼워넣기'를 한 것이라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
윤 후보는 검찰과 경찰이 고위공직자의 범죄혐의를 인지하면 공수처에 이를 알려야하고 수사권을 넘겨야하는 현행 법안이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범죄혐의를 인지하면 공수처 필요없이 검찰이 직접 수사하겠다는 의미다. 이제 출범한 지 고작 1년 된 공수처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법무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민주적 사법절차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것은 검찰총장의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되고 막강한 수사권이 없을 때 얘기다.
지금까지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은 모두 네 차례 발동됐는데 그 중에 두 차례가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에 재직하고 있을 때 이뤄졌다. 한 번은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에 부당개입하려던 상황에서 발동됐고, 장모와 부인 사건 수사에 개입하지 말라는 차원에서 또 한 번 이뤄졌다.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개입으로 윤 후보는 징계까지 받았다.
검찰이 독자적으로 예산권을 확보하도록 하겠다는 공약도 했다. 이 정도면 법무부 산하의 외청이 아니라 아예 '검찰부'를 새로 만들겠다는 말이다.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검경 수사권조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검찰이 경찰로부터 사건을 가져와 수사를 하려면 증거와 재수사결과만으로 기소할 수 있을 정도로 요건이 까다로웠지만, 혐의만 있으면 가져와 수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요지다. 그냥 혐의있는 용의자에 대해서는 수사하겠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검경 수사권 조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수사권 확대, 공수처 무력화, 법무부 지휘권폐지, 예산독립. 이렇게 요약되는 사법공약은 검찰개혁 이전의 검찰로 아니 더 강력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검찰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검찰 개혁을 무위로 만들겠다는 공약은 윤석열 후보가 왜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었는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윤 후보는 자신이 몸담았던 그리고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던 그 시절의 검찰권력을 다시 찾고 싶어서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인가.
또한 검찰총장으로서 당했던 수모와 여기 저기 견제장치가 만들어져 멋대로 휘두를 수 없게 된 검찰의 권력을 복원시켜 문재인 정부에 복수하겠다는 의미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윤 후보는 적폐수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해야죠, 해야죠"라고 거듭 강조하며 강한 수사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 의지가 검찰권 강화로 이어지고 자신의 최측근을 검찰요직에 기용해 무력화한 공수처를 배제하고 직접 수사를 벌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기 어렵다.
2016년 미국 대선은 증오의 선거였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힐러리를 감옥으로(Hillery for Prison)'이라는 피켓을 들고 트럼프에 열광했다. 이런 증오와 인종차별, 혐오를 등에 업고 트럼프는 당선됐고 그 후 4년 동안 미국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돌아볼 일이다.
만일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증오와 복수의 마음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려운 마음마저 앞선다. 윤 후보는 협박 같은 공약을 철회하고 어떤 정치를 통해 민생을 안정시킬 것인지 부터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