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뉴욕 패션 위크'에서 세계 첫 초거대 AI 기반 아티스트 '틸다(Tilda)'를 공개했다고 15일 밝혔다.
틸다는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EXAONE(엑사원)'으로 구현한 첫 번째 AI 휴먼으로, 지금까지 나온 가상 인간들과 달리 스스로 학습해 사고하고 판단하며 기존에 없는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고 인간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다.
LG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AI와 인간이 함께 만드는 변화의 물결'과 '인간과 AI의 연결'을 형상화할 수 있는 '~(물결표)'의 기호 이름인 Tilde와 발음이 유사하면서도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AI 휴먼의 이름을 틸다라고 지었다.
LG AI연구원은 지난해 5월 디자이너와 협업이 가능한 '창조적 초거대 AI' 개발 계획을 밝혔고, 이번 뉴욕 패션 위크에서 실현한 것이다.
틸다는 박윤희 디자이너와 손잡고 '금성에서 핀 꽃'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의상들을 뉴욕 패션 위크에서 선보였다. 뉴욕 패션 위크는 세계 4대 패션쇼(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의 시작을 알리며, 한 해의 패션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는 자리이다.
'무엇을 그리고 싶니?', '금성에 꽃이 핀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에 틸다가 사람처럼 다각도로 생각하며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이미지들을 창작하면 이에 영감을 받은 박 디자이너가 디테일을 더해 의상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협업이 진행됐다.
실제로 이번 가을·겨울(F/W) 컬렉션을 구성하는 200여개의 의상들은 틸다가 창작한 3천장이 넘는 이미지와 패턴을 기반으로 제작된 것이다. 이 컬렉션은 공개 즉시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전세계 패션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고 LG는 전했다.
이 컬렉션은 '뉴욕 패션 위크'에 참가하는 디자이너들이 가장 서고 싶어하는 주 무대인 '스프링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지구도 계속해서 환경이 파괴된다면 언젠가 금성처럼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희망을 상징하는 꽃과 결합해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의미를 담으려 했다고 LG는 설명했다.
박 디자이너는 "사실 뉴욕 패션 위크와 같은 큰 무대에 서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라며 "새로운 디자인과 영감을 찾기 위해서 몇 달 전부터 수십 명의 디자이너와 컬렉션을 준비해야 했는데 이번에 '틸다'와 함께 작업하며 한 달 반 만에 모든 준비를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협업은 초거대 AI가 주로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소설이나 에세이, 칼럼 등 텍스트로 된 콘텐츠 창작을 해왔던 것을 넘어 비전 모델을 통해 시각 분야로 창작의 범위를 확대하고 실제로 활용한 최초의 사례다.
틸다는 입력된 언어의 맥락까지 이해해 기존에 없는 이미지를 창작할 수 있는 멀티모달(Multi-Modality) AI로, 예술 작품이나 디자인 이미지들을 학습해 유사한 화풍 또는 브랜드 디자인 콘텐츠를 만드는 기존 AI들과 기술적으로도 차이가 있다.
틸다가 이처럼 스스로 창작을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세계 최대 수준인 말뭉치 6천억개 이상, 텍스트와 결합된 고해상도 이미지 2억5천만장 이상의 데이터를 학습한 초거대 AI EXAONE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틸다는 패션 위크 일정을 마무리한 이후 독자적인 친환경 패션 브랜드를 론칭해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패션에 담아 지속적으로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또 틸다는 고객들이 LG의 초거대 AI를 메타버스에서 만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맡아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 의식이 남다른 Z세대들과 소통하는 'AI 아티스트'로 활동할 계획이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이번 뉴욕 패션쇼는 엑사원을 기반으로 만든 AI 휴먼 엔진을 탑재한 틸다의 잠재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며 "인간과 협력하는 '상위 1% 전문가 AI'의 또 다른 형태인 틸다를 통해 다양한 협업 모델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