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드로우 해야 해요"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의 스킵 김은정은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 준결승에서 펼쳐진 한일전 마지막 순간을 앞두고 잠시 망설였다.
7대7 동점 상황에서 접어든 연장 11엔드. 김은정은 마지막 스톤을 버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올려놓는 드로우샷을 던져야 했다.
당시 김은정은 "이번 올림픽에서는 드로우샷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정말 이기고 싶어서 드로우샷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라고 말했다.
망설이는 김은정에게 김경애가 드로우를 해야만 한다는 한마디를 건넸다. 김은정은 결심했다. 일본의 스톤이 버튼과 더 가까운 위치에 있었지만 김은정의 손을 떠난 마지막 스톤이 절묘하게 그 안을 파고들면서 승부가 결정됐다.
올림픽 여자 컬링 결승에 진출한 최초의 아시아 팀을 탄생시킨 한일전은 평창 대회의 최고 명승부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그리고 4년 뒤 중국 베이징에서 펼쳐진 또 한번의 여자 컬링 한일전은 수많은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팀 킴'은 14일 중국 베이징의 국립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6차전에서 일본의 '팀 후지사와'를 10대5로 눌렀다.
최근 연패로 인해 4강 진출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따낸 극적인 승리로 한국은 3승3패를 기록, 단독 5위를 차지하면서 4강 진출의 희망을 살렸다.
1엔드에서 스틸(선공 팀이 득점에 성공하는 것)에 성공해 먼저 1점을 올린 한국은 3엔드에서 분위기를 가져왔다.
김영미가 한꺼번에 상대 스톤 3개를 빼내는 트리플 테이크아웃을, 김은정이 3득점을 확정짓는 더블 테이크아웃을 나란히 성공한 데 힘입어 4대2 역전에 성공했다.
한국은 4엔드에서 또 한번 스틸을 이끌어 낸 기막힌 샷들을 선보였고 김경애는 경기 중반 결정적인 더블 테이크아웃은 연거푸 해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김은정은 7엔드에서 버튼과 가까운 위치의 일본 스톤만 절묘하게 빼내는 활약으로 이날 경기 세 번째 스틸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김은정은 한국이 8대4로 앞선 8엔드에서도 명장면을 연출했다. 9번째 스톤으로 상대 스톤 2개를 밖으로 빼내는 절묘한 샷을 해내며 일본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결국 일본은 마지막 엔드를 포기하고 패배를 인정하는 굿게임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