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 중인 이번 소송은 유씨 측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유씨가 총영사관에 신청한 비자마저 거부당하면서 시작됐다. 유씨는 '총영사관이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비자 발급을 거부한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외교부는 대법원 판결이 '비자 거부의 근거가 위법하다'는 취지라며 근거를 보완한 이번 비자 발급 거부에는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판결 의미, '비자발급 거부가 위법' vs '비자발급 거부 근거가 위법'
앞서 대법원은 "총영사관이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 단지 과거에 법무부의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옳지 않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또 "외국인이 범죄를 저지르고 강제 퇴거해도 5년 입국 금지 제한을 정할 뿐이다. 재외동포에 대해 기한 없이 입국 금지하는 것은 법령에 근거 없다"고도 지적했다.
외교부가 당초 유씨의 비자 발급을 거부한 근거는 정부 전산망에 등록된 법무부의 입국금지 결정이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것이 '정식 통보'가 아닌 '내부 시스템 기재'이기 때문에 공식 행정처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공식 행정처분이 아닌 것을 근거로 한 비자 발급 거부는 위법하다는 설명이다.
비자 발급 근거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자 총영사관은 이번에는 '법무부의 입국금지 결정'이 아닌 '국익과 공공안전'이라는 자체 판단을 비자 발급 거부의 근거로 내세웠다. 출입국관리법 11조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외국인 중 △대한민국의 이익 △공공의 안전 △사회질서를 해칠 염려가 있거나 이에 준하는 사람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 총영사관이 출입국관리법을 자체적으로 해석해 재량권을 행사했다는 주장이다. 외교부 측 변호인은 "원고가 주장하는 내용의 핵심 취지는 사증(비자)를 발급하라는 것이 선행 소송의 취지라고 하는데, 그것이 아니다"며 "(선행 소송의 취지는) 재량권을 적절히 행사해서 하라는 것이었다. 저희는 그 판결을 존중해서 재량권을 행사했다"고 강조했다.
유씨 측 변호인은 이미 대법원에서 비자 발급 거부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만큼 행정청이 비자를 발급해 줄 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 법무부에 유씨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어떤 법적 검토가 있었는지에 대한 사실 조회를 신청했다.
'영구' 입국 금지 불공평성 VS '공정' 가치의 현저한 훼손
그러면서 "오히려 한 명을 희생시킴으로써 나머지 사회 구성원들의 비난을 유도하고 어떤 합목적성을 추구했다면, 이제는 원고 본인과 법률가의 입장에서 형평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판단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면 외교부는 "원고가 요구하는 사증은 방문 비자가 아니라 영리 활동도 가능한, 국민과 별다른 차이 없는 혜택을 누리는 재외동포 비자"라며 "(국민)통합이 아니라 공정의 가치를 현저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法, 변론 재개 결정…유승준 반론권 보장 차원
재판부는 지난달 17일 변론을 종결하면서 나흘 내로 추가 서증을 제출해 달라며 이달 14일 오후에 선고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하지만 재판부는 유씨의 예정됐던 선고를 취소하고 변론을 재개하기로 했다. 외교부가 자신들의 재량권 행사를 입증하기 위해 관계부처 회의록과 공문 등을 재판부에 비공개로 제출하겠다고 하자 유씨 측의 반론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외교부는 3급 비밀문서에 해당하는 관계부처 회의록과 협의자료에 대해 "지금 비밀반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제출 의사를 밝혔다.
문제의 자료 제출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은 법무부에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내부적으로 관계 부처에 공개 여부를 협의 중"이라며 "조만간 의견을 취합해서 결론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