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시간으로 일요일, 한국시간으로 14일 미국프로농구(NBA) 정규리그는 2경기밖에 열리지 않았다. 팬들이 여유있게 스포츠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주말에는 경기수가 많은 것이 보통이지만 이날만큼은 예외였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 북미프로풋볼(NFL)의 결승전이자 미국 최대 규모의 단일 스포츠 이벤트로 불리는 슈퍼볼이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슈퍼볼이 열리는 날에는 미국 내 대표적인 프로스포츠인 NBA도 경쟁을 포기한다.
주말임에도 경기를 최소 숫자로 배정하고 편성된 경기는 모두 낮경기로 펼쳐진다. 슈퍼볼이 열리는 시간과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다.
2년 전 NBA 토론토 랩터스의 지역 방송국 해설위원은 원정팀 시카고 불스가 사실상 패배가 결정된 경기 막판 '의미없는' 작전타임을 부르자 "아니, 우리 모두 슈퍼볼을 보러 빨리 집으로 가야 하는데 지금 뭐하는 것인가?"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슈퍼볼의 인기는 TV 광고 단가가 설명해준다. 올해 슈퍼볼 생중계 중간에 들어간 30초짜리 광고의 단가는 무려 650만 달러(약 78억원)다.
슈퍼볼 앞에서는 아무리 잘 나가는 스포츠 스타라도 순수한 팬의 모습을 되찾는다.
지난 12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경기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황제' 숀 화이트도 예외는 아니다.
숀 화이트는 은퇴를 발표한 이후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나는 이제 슈퍼볼을 보러 갈 것"이라며 "늘 버킷리스트에 있었지만 한 번도 직접 본 적은 없다. 왜냐하면 슈퍼볼이 열리는 시기가 스노보드 시즌과 겹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숀 화이트는 중국 베이징에서 일정을 마무리하자마자 비행기에 올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를 방문했다. 그리고 14일 신시내티 벵갈스와 LA 램스가 격돌한 소파이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한 클로이 김도 숀 화이트와 함께 소파이 스타디움을 찾아 슈퍼볼을 관람했다.
이 외에도 드웨인 '더 락' 존슨, 케빈 하트, 드레이크, 켄달 제너, 저스틴 비버, 카니예 웨스트, 우사인 볼트, 크리스 터커, 숀 멘데스, 제이지(Jay-Z) 등 수많은 유명 스타들이 슈퍼볼을 직접 관전했다.
한편, 한국 '팀 킴'과 올림픽 여자 컬링 조별리그 경기를 치른 미국 대표팀의 타라 피터슨에게 경기 후 슈퍼볼과 관련한 질문이 주어져 눈길을 끌었다.
한국과 경기를 펼친 동시간에 LA 램스와 신시내티의 슈퍼볼이 열렸다는 이야기에 타라 피터슨은 "나는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팬"이라고 재치있게 답했다. 피터슨은 미네소타 출신이다.
이어 "당신을 응원하는 팬은 올림픽과 슈퍼볼 중 어떤 경기를 봤을까?"라는 질문에는 "아마도 그들은 TV 2대를 준비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올해로 56회를 맞은 슈퍼볼에서는 LA 램스가 신시내티를 23대20으로 누르고 22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