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각종 악재에도 올림픽 계주 은메달이라는 소중한 성과를 얻었다.
최민정(성남시청), 이유빈(연세대), 김아랑(고양시청), 서휘민(고려대)이 나선 대표팀은 1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에서 4분03초627로 2위에 올랐다. 네덜란드가 4분03초409의 올림픽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2014년 소치, 2018년 평창에서 연속 금메달을 따냈던 한국은 3회 연속 우승은 무산됐다. 앞서 열린 8번의 올림픽 계주에서 6번이나 정상에 올랐지만 이번에는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대회 전 발생한 변수들을 감안하면 값진 결과다. 소치와 평창 계주 금메달 주역 심석희(서울시청)가 대표팀 동료들에 대한 욕설 파문으로 하차한 데다 국가대표 선발전 3위에 오른 김지유(경기 일반)도 부상으로 이탈했다.
전력 면에서 타격이 없을 수 없었다. 여기에 최민정은 평창올림픽 1000m 결승 당시 심석희와 부딪혀 넘어져 메달이 무산됐는데 심석희가 고의로 충돌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마음고생이 심했다. 4명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에 함께 출전한 적이 없을 만큼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은메달을 따낸 대표팀이다. 올림픽에 앞서 약체로 분류됐던 평가를 뒤집은 성과다. 레이스를 마친 선수들도 웃으면서 서로 격려하는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경기 후 맏언니 김아랑은 "준비했던 것 모두 보여주자 말했는데 속 시원하게 후련하게 다 하고 나온 거 같아서 은메달도 값지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유빈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준비했는데 이 4명의 멤버로 훈련한 기간이 짧다면 짧고 길면 길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다들 최선을 다하고 노력했던 점을 생각하면 값진 은메달"이라고 말했다.
최민정은 "팀원들은 너무 잘했는데 내가 부족해서 미안하고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최선을 다해서 얻은 결과이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에이스의 부담감을 털어놨다. 이어 "함께 훈련해준 남자 선수들에게도 고맙다"고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막내 서휘민은 "처음 출전한 올림픽이라 많이 긴장했는데 언니, 오빠들이 많이 도와주시고 좋은 얘기해주셔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경기 후 눈물을 흘린 데 대해 "내게 큰 자리였고 그에 맞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있었는데 잘 끝냈단 안도감 때문이었다"고 답했다. 세리머니에 대해서는 "내가 아이디어를 냈고 '대한민국 짱!'이라는 의미"라고 귀띔했다.
최민정은 1000m 은메달을 따낸 뒤에는 펑펑 울었지만 계주 때는 미소를 지었다. 이에 대해 최민정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어제 봤을 때 너무 울고 너무 많은 위로도 해주고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 것 같아서 앞으로는 좀 많이 웃어야 할 것 같다"면서 "팀원들이랑 메달을 딸 수 있어서 그 부분이 제일 기뻐서 오늘 슬프기보다는 더 좋았던 것 같다"고 웃음을 보였다.
함께 올림픽에 왔지만 출전하지 못한 동료 박지윤(한국체대)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박지윤은 준결승과 결승만 치르는 계주에 출전하지 못해 ISU 규정에 따라 은메달을 받지 못했다.
이유빈은 "일단 같이 올림픽 와서 선수촌에서도 마찬가지고 이 값진 선수와 함께 합도 맞춰봤고 훈련하면서 서로 도움이 많이 됐다"면서 "고마움을 느끼고 있고 너무 아쉬움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은메달을 같이 안겨주지 못했다는 게, 금메달도 안겨줬으면 좋았을 텐데 미안하기도 하고. 그리고 고생 많았다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진심을 전했다.
김지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유빈은 "같이 오진 못했지만 월드컵에서 올림픽 티켓 딸 때부터 노력해준 김지유 선수도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해 정말 아쉽다"면서 "언니가 얼른 부상 회복해서 같이 다음 올림픽을 기회를 노리고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고 정말 고생 많았고, 고맙고 미안하다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