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코로나 확산에도 "대면행사 만들라"…중구청장, 사전선거운동 의혹

동별로 '프로그램 성과공유회' 행사 열고 본인 업적 홍보
"구청장 또 된다면", "내년부터 30억 투자"…선거운동 논란
"법 위반 아닌 행사 발굴하라" 지시도…공무원노조 "고발 방침"
구청장 "담당자가 선관위 검토…사전선거운동 아니다" 반박

프로그램 성과공유회 개최 관련 업무 지시사항 메일. 독자 제공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직 서울 중구청장이 소속 공무원들에게 지시해 본인을 홍보할 행사를 만드는 등 사전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구청장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임에도 소속 직원들에게 "선거법에 걸리지 않을 모임을 발굴·운영하라"며 본인이 구민들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사전선거운동에 이어 소속 공무원들을 본인 선거운동에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가운데, 전국공무원노조는 구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할 방침이다.

1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중구 서양호 구청장(더불어민주당 소속)은 지난해 12월 21일 각 동장에게 '프로그램 성과공유회'를 기획·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각 동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성과를 주민 상대로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라고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올해 1월 7일까지 중구청 산하 동에서는 프로그램 운영시간 전·후로 주민들을 상대로 한 총 15번의 성과공유회가 열렸고, 모든 행사에는 서 구청장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 서양호 중구청장이 동장들을 상대로 주재한 회의자료. 독자 제공
​문제는 서 구청장이 각 행사 자리에서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발언을 반복적으로 했다는 점이다.

한 행사 녹취록에 따르면 서 구청장은 "앞으로의 제 계획은 내년에 구청장이 한 번 더 된다면 우리 중구청의 이런 평생교육에 현재 1만 5천명이 아니라 2~3만명 정도 주민들이 관심 있는 평생교육에 참여하고"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이어 "6월 선거면 7월에 의회 권력이 대부분 교체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새로운 구의원님들과 반드시 신당5동 주민들에게 새로운 공공시설을 제공", "의회가 승인해주지 않아 내년 하반기에 준비하기 위해 실무 준비를 다 마쳐놓은 상황인데, 의회 승인이 6월 선거 끝나고 7월에 있을 예정이어서 그때 통과되면"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행사에서는 현 구의회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방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서 구청장은 "아이들 학교 가기 부담되니까 20만원씩 주자 이렇게 됐는데 우리 중구만 안 준다. 구의회에서 작년 겨울에 우리 구는 주지 말라고 삭감해 버렸다"며 "을지로 구의원 박영한(국민의힘)하고 윤판오(더불어민주당), 얼굴 보기 힘들지만 한번 물어보라. 다른 구는 다 줬는데 우리는 왜 깎았는지"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내년부터 30억원씩, 3년간 100억원을 투입해서", "100억원을 들여서 내년 하반기부터 추진" 등 공약을 언급하는가 하면, "제가 구청장 되고 여러분한테 직접적으로 지원하게 된 게 1000억원", "우리 중구가 서울에서 유일하게 주민들 찾아가는 백신접종" 등 본인 홍보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중구청 내 업무 지시 메일 중 일부. 독자 제공
이 같은 행사는 서 구청장이 취임하기 이전에도 없었고, 취임 이후에도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본인의 선거운동을 위해 소속 공무원들을 시켜 성과공유회라는 명목의 새로운 행사를 개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 중구지부는 "1년간의 행사 마무리도 아니고 연초에 개최하는 성과공유회는 의도가 분명한 것"이라며 "다수의 선거구민을 대상으로 행사 취지와 전혀 상관없는 본인의 과거 업적과 당선될 경우 진행될 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사전선거운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직선거법에는 정치적 중립의무를 갖는 공무원이 그 임기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본인의 업적을 홍보하는 행위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이며, 이를 위해 소속 공무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은 부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직선거법상 정해진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 선거운동을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등 형사처벌 대상이다. 또 공무원 등이 소속직원 또는 선거구민에게 후보자의 업적을 홍보하는 행위(부정선거운동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는 상황임에도 구청장이 주민들과 접촉할 행사를 적극 발굴·운영하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관내 직능단체 및 각종 단체의 사적모임 일정을 파악해 제출하라는 지시도 있었다.

서양호 중구청장 비서실에서 과장들에게 보낸 메일. 독자 제공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서 구청장 비서실은 직원들에게 "지방선거 선거일 전 180일이 도래함에 따라 지자체장의 많은 행위가 제한된다는 것을 잘 아실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행위도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메시지에는 "특히 과장님들께서 열심히 찾아보셔야 할 것이 '법령에 의하여 개최하거나 후원하도록 규정된 행사를 개최·후원하는 행위'이다"라며 "부서별로 최대한 찾으셔서 비서실로 제출해 주시기 바란다"는 구청장 지시 사항이 담겨 있었다.

공무원노조는 "변이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 속 정부가 전국적으로 4단계에 준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중구청 관할 각 주민센터에서는 구청장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주민센터에서 개최할 수 있는 송년모임을 발굴해야만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는 서 구청장이 중구청장으로 재직했던 2018년~2020년에는 전혀 없었던 행태"라며 "14일 선거관리위원회에 서 구청장을 상대로 한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서 구청장은 "평생학습 성과공유회는 구청장의 지시사항이 아닌 해당 부서장의 전결로 서울시 공모사업의 기준에 맞춰 추진 된 행사에 구청장이 참석한 것"이라며 "담당부서에서 선관위에 문의해 선거일 180일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검토를 거친 행사"라고 해명했다.

이어 "청취 대상은 불특정한 주민이 아닌 평생학습 사업에 1년 동안 참여했던 참가자"라며 "발언의 취지 역시 업적홍보나 공약발표가 아니라 평생학습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배경설명 등 설명적 성격이었다. 지적된 발언은 전체 발언 중 극히 일부분이므로 사전선거운동에 따른 업적홍보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령에 의거해 개최 가능한 행사를 알아보라는 지시는 구청장 지시사항이 아니라 담당부서와 비서실의 통상적 업무였다"며 "연말연초 특성상 비서실로 구청장 초청 행사에 대한 문의가 많은데 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구청 담당 부서에서 구청장이 참석가능한 행사 등을 사전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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