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수출 길마저 위태…코앞에 닥친 탄소국경세 장벽②코로나19는 시작…빙하 속 전염병 눈뜨나 ③땅속 시간은 더 빨리 흐른다…동토연구자의 증언④온실가스 '응답하라 2000'…밀린 숙제 몰려온다 (계속) |
세계은행 블로그에 2020년 5월 게재된 '전염병 퇴치: 기후변화와의 연관성'이라는 보고서에 이런 경고가 담겼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미지의 전염병이 인류를 팬데믹에 다시 내몰 수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알래스카 툰드라 지역에 매장된 시신에서 '1918년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의 RNA가 발굴됐다. 2016년에는 시베리아에서 폭염으로 영구동토층이 녹는 바람에 '탄저병'으로 75년 전에 죽은 순록의 사체가 노출됐다. 이 탓에 12세 어린이가 숨지고 20명이 탄저병에 감염됐다. 티베트의 빙하에서는 미지의 고대 바이러스 28개가 발견되기도 했다.
영구동토 미생물 노출…온실가스도 노출 악순환
이게 세계은행 보고서가 "전염병과 팬데믹에 맞선 투쟁은 기후변화에 맞선 투쟁이기도 하다"고 단언한 배경이다. 보고서는 동토층의 해빙에 따른 위험 외에 △기후변화 자체가 전염병 발생을 늘리고 △대기오염이 바이러스 공기전파를 촉진하고 △기온 상승 탓에 바이러스의 변이가 활발해진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물론 해빙 동토에서는 인체 유해성이 낮은 원핵생물이 주로 발견되고, 탄저균 사례 등은 아직 국지적인 사건인 점 등을 들어 팬데믹 우려가 과하다는 신중론이 있다. 그럼에도 전에 볼 수 없던 새 미생물이 연구자들을 흥분시킬 만큼 많이 발견되고 있어, 언제든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더워지자 늘어난 모기, 질병도 곳곳으로 확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08년 연구에서는 우리나라의 온도가 1.0도 상승할 경우 말라리아·쯔쯔가무시·렙토스피라·장염비브리오·세균성이질 등 5가지 전염병의 평균 발생률이 4.27% 상승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모기·진드기·병원균 활동이 기후변화에 힘입어 활발해진다는 얘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기후변화와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담은 정보를 홈페이지에 꾸준히 제공한다. 이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인류 건강의 가장 큰 위협이고, 해마다 환경적 원인으로 1300만명가량 사망한다.
현재처럼 탄소배출 행태가 계속되는 경우 2030~2050년 해마다 25만명씩 영양실조, 말라리아, 설사, 온열 질환 등 기후변화에 따른 질병으로 추가 사망자가 생긴다는 게 WHO의 우려다.
독도가 반토막난다…온난화가 끌어올리는 해수면
지구온난화로 극지방 얼음과 동토층이 녹아 바다로 합류해서, 또 바다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부피가 증가해 해수면을 높이는 탓이다. 인천국제공항, 김해국제공항 일대도 침수된다. 상하이, 도쿄, 뉴욕 등 외국의 연안도시들도 상당 면적이 바다 아래 잠긴다.
실제로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둘러싼 해수면은 1971~2010년 40년간 연평균 2.64mm 상승해, 같은 기간 지구 전체의 평균치 2.00mm를 웃돌았다.
마지노선 1.5도까지 남은 것은 고작 0.4도
앞서 기후과학자들은 2100년까지 지구 온도가 1850~1900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아지면 인류의 생존이 돌이킬 수 없는 위협을 받는다고 결론 냈다. 당장 예측 가능한 점만 꼽아보아도 해수면 높이가 26~77cm 치솟고 바다에서의 어획량은 150만톤 감소하며 산호초 70~90%가 사멸 위험에 몰리고 식물의 8%와 척추동물의 4%는 서식지를 절반 넘게 잃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전세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속 유지하는 경우 2021년~2040년 지구 온도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에 도달할 것으로 지난해 분석했다. 2018년에는 1.5도 도달 시기를 2030~2052년이라고 전망했는데 불과 3년 사이에 10년 앞당겨진 것이다.
주요 석학들은 현재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1.1도 지구가 더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기후재앙이 닥치기까지 우리 앞에는 고작 0.4도가 남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