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022 베이징 올림픽 취재 뒤에 담긴 B급 에피소드, 노컷뉴스 '베이징 레터'로 확인하세요.
여러분은 손편지를 써 보신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이메일과 메신저가 발달한 2022년, 편지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흔하던 우체통을 찾기도 힘들죠. 우표를 모으던 마니아들도 사라져 갑니다.
저희 집 우편함에도 편지가 도착하긴 합니다. 각종 고지서부터 다양한 스팸 편지가 대부분이죠. 손편지요? 최근엔 받은 적이 없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레터를 시작하자면 제 처는 제가 해외 출장을 가면 꼭 원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현지에서 엽서를 보내는 거죠.
처음에 이 미션을 받았을 때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차라리 '필요한 것을 말해라'고 했죠. 처는 완강했습니다. 꼭 현지에서 짧지만 시간을 내서 엽서를 부쳐 달라고 했습니다.
막상 해보니, 진짜 어려운 미션이었습니다.
일단 출장이 놀러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엽서를 부치는 곳을 찾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말이 잘 안 통하는 곳에서 한국으로 엽서를 보내는 것은 몇 시간이나 걸릴 만큼 고난도 과제였죠.
이번 베이징 올림픽 취재에도 역시 같은 미션이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엽서를 팔고 부치는 곳을 바로 찾았습니다. 취재진이 머무는 메인미디어센터(MMC) 2층에 있었죠. 미션을 쉽게 끝낼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제 착각이었죠.
문제는 줄이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은 폐쇄루프와 버블 방식으로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다고 말씀드렸죠? 그 말은 우편물도 외부에서 부칠 수 없다는 거죠. 즉 모든 사람이 우편물을 부칠 수 있는 곳은 이곳 MMC 우체국 한 곳이라는 겁니다.
중국 현지 자원봉사자들, 관계자들, 각국 취재진이 몰리면서 우편물을 부치려면 긴 줄을 기다려야 합니다. 매일 반복됩니다.
여기 현지 관계자들이 보내는 물품 중엔 기념품이 많습니다. 대회 마스코트인 빙둔둔 인형부터 시작해서 각종 물건을 보내죠.
덕분에 MMC 2층에 있는 선물 상점도 늘 만원입니다. 이곳이 아니면 기념품을 살 곳이 없습니다. 여기는 우체국보다 더 오래 줄을 서야 합니다.
사람이 없을 때 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단 그때는 기념품 진열대가 텅텅 비죠. 그래서 10시에 상점 문을 열지만 어떤 날은 오전 7시 30분부터 줄을 섭니다.
저는 그 정도의 열정이 없어서 차마 도전하지 못하겠네요.
우체국에 줄을 선 지 두 시간, 마침내 제 차례가 됐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 한 외국인이 기다리지 않고 바로 엽서를 보냅니다.
제 차례에 일어난 상황이라 당황스러웠습니다. 항의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됐습니다. 뒤에 줄 선 사람들도 의아해하는 눈빛이었죠. 모두 저에게 '한마디 해!'라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제가 나섰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물어보니 이 외국인은 어제 우표를 미리 사뒀다네요. 쉽게 말해 우체통에 편지만 그냥 넣은 것이죠. 저는 우표를 사야 했고 뒤에 선 사람들은 택배를 부쳐야 하니 좀 다른 상황인 거죠.
그제야 저도 우표를 몇 개 더 샀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똑같은 방법으로 엽서를 보냈죠.
그랬더니 한 외국인이 항의를 하더군요. 예상했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