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보면 초유의 사태다. 대체 무슨 일인 걸까?
바로 확인 절차 없이 '적진'에게까지 뿌려진 '윤석열 임명장'이 이런 사태를 꼬집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경남에서 국민의힘과 아무 관련이 없는 데도 '윤석열 임명장'을 받은 사람들이 모여 이재명 후보의 지지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윤 후보 캠프가 공무원 등 동의 없는 전자 임명장을 뿌려 논란이 불거졌지만, 이런 행위가 멈추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오히려 논란 이후 전자임명장을 보내며 '오류로 인해 문자가 잘못 전송될 수 있다'라는 문구를 추가해 책임을 교묘하게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윤 후보의 조직이 된 이들에게 지금까지 잘못 보냈다는 통보나 사과도 없었다. '실수', '착오'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잦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경남에서는 당직자 등 민주당과 관련이 있는 인사들 상당수가 임명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경남도당 민호영 조직국장은 "웃픈 현실"이라고 꼬집었고, 민주당 혁신성장일자리창출특위 김종길 위원장도 "어처구니가 없는 행태"라며 해명을 촉구했다. 전 노사모 전국회장 출신인 민주당 오세주 경남선거대책본부 4050 위원장도 "내 생애 국힘과 연결될 줄"이라며 받은 임명장을 SNS에 올렸다.
민주당 이우완 창원시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힘 윤석열 선본의 임명장 남발이 도를 넘고 있다"라며 기자회견을 제안했다.
그는 "민주당 당직자에 이어 소속 시의원에게도 본인 동의 없이 마구잡이로 윤석열 선본의 특보 임명장이 발송되고 있다"라며 "특보 임명장 남발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본인의 허락 없이 윤 후보의 특보로 임명되신 분들을 모아 특보 임명장을 들고 이재명 지지선언 기자회견을 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10여 명 정도가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사례들을 취합해 14일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윤석열 임명장은 지금까지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회의원과 당직자, 공무원, 교사, 구청장, 목회자, 버스 조합원, 일반시민에게까지 뿌려졌다.
임명장은 지지자 등에게 직책을 부여해 선거 운동을 독려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선거 때만 되면 여야를 떠나 '묻지마' 임명장이 관행처럼 남발되고 있다.
불·편법 선거 운동과 개인 정보 무단 도용이라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서울 시내버스 조합원 102명에게는 단체로 임명장이 발송돼 고소로까지 이어졌다. 게다가 경쟁 정당 소속 인사에게까지 다수 보내진 사례는 정치적 도의마저 저버린 행태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런 잘못된 관행을 묵인하며 오히려 면죄부를 줬다.
선관위는 임명장을 보낸 선거대책본부가 선거사무소 등 선거운동 조직이 아닌 준비 조직이어서 공직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합법'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