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인 아웃코스 폭풍 질주를 보여주기에 1000m는 살짝 짧았다. 그러나 주종목인 1500m가 남아 있고, 3회 연속 계주 3000m 우승이라는 더 큰 목표가 있다.
한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에이스 최민정(24·성남시청)은 11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여자 1000ｍ 결승에서 1분28초443를 기록했다. 수잔 슐팅(네덜란드)에 불과 0.052초 차로 아쉽게 금메달을 내줬다.
최민정은 이날 막판 승부를 걸었다. 결승에 오른 5명 중 4위로 달리다 2바퀴를 남기고 특유의 아웃코스 질주를 펼쳤다. 3000m 계주 준결승에서 마지막 바퀴 전율의 질주로 역전을 이룬 바로 그 작전이었다.
엄청난 스피드로 최민정이 달리는 순간 크리스틴 샌토스(미국)와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가 코너에서 엉켜 넘어지기도 했다. 최민정은 흔들리지 않고 2위로 올라섰다.
역시 아웃코스에서 최민정은 슐팅마저 제치기 위해 마지막 힘을 짜냈다. 거의 다 따라붙으면서 최민정은 마지막 코너를 슐팅과 함께 돌았다.
하지만 슐팅은 1000m 최강자였다. 2018년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슐팅은 2019년과 2021년 세계선수권을 제패했고, 올 시즌 1000m 세계 랭킹 1위다. 1000m에 특화된 슐팅을 넘어서기에는 거리가 살짝 부족했다. 반 바퀴만 더 있었어도 최민정이 충분히 뒤집을 수 있어 보였지만 결승선은 야속하게도 너무 빨리 다가왔다.
최민정이 혼신의 힘을 다해 날 들이밀기를 시전했지만 슐팅도 안간힘을 썼다. 결국 최민정의 날이 조금 늦어 메달 색깔이 결정됐다.
그러나 최민정에게는 주종목인 1500m가 남아 있다. 최민정은 평창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2018년과 2019년 세계선수권 1500m 챔피언이다. 슐팅에게 1000m가 있다면 최민정에게는 1500m가 있다.
특히 엄청난 체력의 최민정에게 1500m는 경기 후반 강점을 발휘할 거리가 충분하다. 아웃코스 폭풍 질주로 경쟁자들을 제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더군다나 선수들이 자주 넘어지는 베이징 빙질에서 최민정의 주특기가 빛을 발할 수 있다.
최민정은 1000m 결승 후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도 "오늘 결과는 오늘까지만 즐기고, 내일부터 다시 남은 경기를 대비해 노력하겠다"고 입을 앙다물었다. 최민정이 금메달 수성에 나설 1500m는 오는 16일 펼쳐진다.
이에 앞서 최민정은 13일 3000m 계주에서도 2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최민정은 "오늘 남자도 5000ｍ 계주 결승에 갔고, 여자도 계주 결승을 앞두고 있으니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1000m는 내줬지만 남은 종목들은 결코 내줄 수 없는 최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