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직원들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엄정 중립을 강조함에 따라 대선 정국을 한 발짝 떨어져 관망하는 태도를 보여왔지만, 이번 윤 후보의 인터뷰 발언을 상세히 접한 뒤 상당한 충격을 받고 각성하는 모습이다.
"윤 후보의 인식이 이 정도 일줄은 몰랐다", "정치보복성 수사를 대놓고 얘기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는 등의 반응이 많다.
특히 문 대통령이 야당 대선 후보를 향해 강력한 분노를 표출하자, 청와대 직원들도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평소 언행에 신중한 행보를 보여왔던 문 대통령이 이같이 격앙된 어조로 규탄의 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정치 보복 수사가 현실로 일어날 수 있겠다는 실감이 들었다"며 속내를 내비쳤다.
청와대 주요 참모들은 윤 후보의 발언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추가 대응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사과와 해명을 요구했지만, 윤 후보가 "문 대통령과 같은 마음"이라며 톤을 낮췄을 뿐 사과는 따로 하지 않은 상태여서 다음주에 추가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편, 11일 진행된 대선 주자들의 2차 TV토론에서는 예상과는 다르게 적폐 수사와 관련해 윤 후보의 발언이 나오지 않았으며, 관련 공방이 오가지도 않았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 "윤석열 후보는 자기를 중용한 대통령에 대해 공공연하게 정치보복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위협까지 하는 상황"이라며 윤 후보를 겨냥했다.
이어 이 후보는 "나한테도 '정치 차별화해라, 그러면 표 된다'는 주장이 많지만 그렇게 할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나는 문재인 정부, 민주당 정부의 일원이기 때문에 부족한 것은 채우고 잘못된 것은 고치고 필요한 것은 더해서 진화된 정부를 만들겠다"고 말해 문재인 정부의 계승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