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이상해지면 그땐 내가 알아서 죽을게."
남라는 전교 1등이자 2학년 5반의 반장이다. 수업 시간 외에는 항상 이어폰을 착용하며 반 아이들과 소통하지 않는다. 그런 남라를 아이들 역시 반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남라는 있는 듯 없는 듯 그저 교실 한쪽에서 자기가 할 일만 할 뿐이다.
이처럼 늘 자신만의 벽에 갇혀 있던 남라는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후 함께하게 된 생존자이자 친구들과 생사를 건 싸움을 함께하며 점차 견고하게 쌓여 있던 마음의 벽을 허물어 간다. 친구들 역시 그런 남라를 조금씩 자신들의 테두리 안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영화 '변신', 드라마 '나의 나라'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을 통해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여 온 배우 조이현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을 통해 연기 변신에 나섰다. 혼자에서 함께로, 평범한 인간에서 면역력을 가진 반(半) 좀비인 '이뮨'이라는 존재를 오가며 복합적인 인물 '최남라'를 완성했다.
설렘 가득했던 '지금 우리 학교는'과 최남라
"2019년 11월 즈음 오디션을 보고 이듬해 1월에 캐스팅 소식을 들었어요. 평소 좀비가 나오는 작품을 너무 좋아해서 설렜어요. 빨리 촬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설레는 마음으로 참여한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학교라는 친숙하고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생존을 향한 사투와 다양한 인간 군상의 심리를 세밀하게 그려내며 94개국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인기에 조이현은 "기사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걸 확인해서 신기하기도 하고, 진짜인지 아닌지 헷갈릴 때도 있다. 신기한 하루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하나 '지금 우리 학교는'이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좀비의 분류를 세분화했다는 데 있다. 일반적인 좀비를 비롯해 조이현이 맡은 남라처럼 간헐적으로 공격성을 표출하지만 타인을 감염시킬 수 없는 면역자 '이뮨(immune)', 그리고 살아 있는 상태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며 인간처럼 사고가 가능한 '이모탈(immortal)'로 나뉘는 게 다른 점이다.
"물렸다고 다 같은 좀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절반만 좀비가 되는 인물도 있고, 또 그 안에서도 단계가 나뉘죠. 좀비들마다 단계가 있다는 것도 차별점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희망
무엇보다 '10대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게 가장 큰 차별점 중 하나다. 성인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여타 좀비물과 달리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이다.
아이들에게 가장 친숙하고 안전한 공간인 학교가 좀비로 인해 가장 위협적인 공간으로 변하면서 아이들은 생존은 물론 그들 사이 우정마저 시험 받는다. 그 과정에서 10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그들의 일상도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남라 역시 고등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관계에 관한 문제를 드러내는 캐릭터 중 하나다. 성적에 대한 부모의 과도한 기대와 압박, 이로 인해 친구들에게 다가가길 주저하는 모습, 그리고 결국 이러한 것들을 이겨내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며 '우정'을 이뤄낸다. 이처럼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우정을 알게 되고 성장해가는 남라의 모습을 제대로 그려내는 게 관건이었다.
조이현은 "다른 친구들과 달리 남라 혼자 이질감이 들면 어떡하나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내가 남라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많이 생각했다"며 "남라는 초반과 후반이 거의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모든 상황을 이성적으로 판단하려 하지만, 친구들과 소통하며 우정을 알게 되고 조금은 감성적으로 변한다. 그렇기에 '우정'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란 말이 '지금 우리 학교는'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어떤 불행과 상황 속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이겨내고 살아내자,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좋은 일은 있다는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드리고 싶었어요."
좀비에게 쫓고 쫓기는 극한의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힘든 촬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이현은 즐거운 촬영장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작품 속 남라와 친구들처럼 모두가 함께하며 현실에서도 우정을 키워나갔기 때문이다.
"다 다른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가기 위해 모였고, 이 작품을 하면서 모든 배우와 우정을 돈독하게 쌓아갔거든요. 촬영이 끝난 지금도 서로 안부를 묻고 연락도 많이 와요. 든든한 친구들을 많이 얻었어요. 그래서 '지금 우리 학교는'은 정말 잊지 못할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