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대선정국 강타한 '정치보복 프레임', 막판 지지율 변수되나

1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들이 자리에 '윤석열 대선 후보 사퇴 촉구와 부인 김건희 구속 촉구' 메시지가 적힌 피켓이 붙어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수사' 발언으로 여야가 거세게 맞붙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까지 가세하면서 정치보복 프레임이 대선 정국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11일 예정된 2차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예상돼 막판 지지율 움직임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야 대립구도에 문재인 대통령 "강력한 분노 표한다" 참전


윤 후보의 '적폐청산 발언' 논란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가세하면서 대선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윤 후보가 9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집권 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를 할 수 있다'고 발언하자 하루만에 청와대가 거세게 항의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대선후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한 문 대통령이 격한 어조로 날을 세우며 선거판에 등판한 것이다.

여기에 힘입어 더불어민주당도 윤 후보의 발언을 강하게 규탄하며 십자포화를 이어갔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전날 자신의 SNS에 '윤 후보님은 국민들께 사과하십시오'라는 글을 게재하면서 "지도자의 무능과 사감은 국민에게 죄악이다. 검찰 책임자로서 눈감았던 적폐가 있다는 의미든, 없는 적폐를 조작하겠다는 뜻이든 모두 심각한 문제고 국민 모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치보복을 공언하는 대선후보는 헌정사상 처음"이라며 "지금 대한민국에는 무능한 복수자가 아니라 위기에 강한 통합대통령, 유능한 경제대통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윤석열 대선 후보 사퇴 촉구와 부인 김건희 구속 촉구'메시지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민주당 의원 172명도 같은 날 의원총회를 열고 '윤석열 후보의 망국적 보복 정치, 분열의 정치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병도 의원은 성명서에서 "제 1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정치보복을 선언하고 국민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의 자격이 없음을 자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윤 후보는 정치보복 발언을 철회하고 즉각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측은 문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개입에 해당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전날 구두논평에서 "윤 후보는 평소 소신대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법과 원칙, 시스템에 따른 엄정한 수사 원칙을 강조했을 뿐"이라며 "(청와대의) 선거개입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준석 대표도 SNS를 통해 "(수사에 성역이 없다는) 원칙론에 대해 급발진하면서 야당 후보를 흠집 내려는 행위는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며 "앞으로 28일간 청와대가 야당 후보를 사사건건 트집 잡아 공격하려고 하는 전초전이 아니길 바란다"고 반발했다.


李, 친문 결집 가능하지만 文차별화는 숙제…尹, 정권교체 선봉장 되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창원 기자
이 같은 '정치보복 공방'은 이날 진행될 2차 TV토론회에서도 주요 이슈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와 윤 후보 측 모두 정치보복 이슈로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 후보 측은 문 대통령 참전으로 그동안 노력했던 친문 세력 결집이 가능해졌다. 이 후보 측은 그동안 친문이지만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세력을 통합하기 위해 고심해왔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친문 지지자 중 여러 이유로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세력이 꽤 된다"면서 "문 대통령이 직접 대결구도로 들어왔기 때문에 윤 후보를 저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보다 직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에서 이 후보 지지로 돌리기 위해 문 대통령을 보호할 사람은 이재명밖에 없다는 주장을 해왔는데 윤 후보의 발언을 여기에 붙인 것"이라며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으면 우리 문 대통령이 위험해, 그러니까 이재명을 지지하러 갑시다' 이렇게 공갈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다만 이 후보가 그동안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강조했던 부분은 이번 구도로 난제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이 후보와 문 대통령이 한몸이 된 구도다 보니 이 후보 입장에서는 큰 숙제가 생긴 상황"이라며 "그동안 자신은 문 정부와 다르다고 강조해왔는데 차별화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할지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윤 후보 측은 여당의 결집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마찬가지로 지지층에 소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는 꾸준히 정권교체를 주장해왔지만, 그동안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세력을 충분히 흡수하지는 못했다는 분석이 강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정권심판론은 45%로 국정안정론(42%)보다 높게 나왔다. 그러나 윤 후보의 지지율은 35%로 정권심판론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이며 응답률은 29.7%다.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활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번 토론회에서 정치보복 공방을 이끌어간다면, 윤 후보가 정권심판론의 기수(旗手) 이미지를 굳혀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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