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고(故)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건에,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전 대표는 책임이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선고 공판을 지켜본 방청석에서는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비난이 나왔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는 "억울하고 원통하다"고 했다.
이 사고는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계기가 됐는데, 법원은 김용균 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당시 원청 사업주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2단독 박상권 판사는 10일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서부발전 대표이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용균 노동자가 숨진 지 3년 여, 검찰이 2020년 8월 원·하청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긴 지 18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 원인으로 꼽힌 컨베이어벨트의 위험성이나 하청업체와의 위탁용역 계약상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서부발전의 대표이사로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잘 몰랐다"는 원청 사업주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이, 숨진 김용균 노동자와는 실질적인 고용관계로 보기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한국발전기술은 작지 않은 규모의 사업체로서 독자적인 사업을 영위했고 나름의 독자성·전문성도 갖추고 있었다"며 "한국서부발전 근로자들의 한국발전기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업무지시와 요청이 일상적이고 구속력 있는 지시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한국발전기술의 근로자들이 한국서부발전 직원들의 업무를 대체하지는 않은 점 등에 비춰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의 백남호 전 대표이사를 비롯해 나머지 피고인 13명에 대해서도 모두 징역·금고형의 집행유예, 벌금형이 내려졌다. 원·하청 기업 법인 2곳에 내린 벌금은 1천 만~1500만 원이었다.
방청석 곳곳에서는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고 한 방청객은 "또 솜방망이 처벌을 하느냐"고 성토했다.
김미숙 이사장은 "사람이 죽었으면 그에 응당한 처벌이 있어야지 왜 원청은 잘 몰랐다는 이유로 빠져나가느냐"며 "절대로 이것을 추궁하고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하고 책임지지 않는 행태를 법원이 사실상 괜찮다고 확인한 것과 다름없다"고 우려하며 "형사처벌이 경고의 기능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가 다른 범죄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재범률을 보인다. 오늘의 법원은 저는 실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용균 노동자의 유족은 항소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