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여기에서 간과하는 점이 있다. 모든 금속과 마찬가지로 구리도 공기 중에 노출되는 순간부터 산화가 시작되고 산화가 진행될수록 그 기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기초과학연구원 나노구조물리연구단 김성웅 교수(성균관대학교 에너지학과) 연구진은 공기 중에서 산화되지 않는 구리 나노입자를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전자화물이라는 신소재를 이용해 구리 나노입자 표면에 구리 원자 1개에 전자 2.5개 비율로 전자를 과잉축적하면 과잉축전된 전자가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고 구리 나노입자에는 산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원리를 찾아낸 것이다.
비유하자면 구리를 둘러싼 공에 다량의 전자를 발라주면 이 전자가 산소와 반응하면서 정작 공에 있는 구리와 산소의 접촉을 차단함으로써 구리의 산화를 방지하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김성웅 교수는 "이종물질 코팅과 같은 표면 처리 없이 구리 나노입자를 공기 중에 장시간 노출시켜도 산화되지 않는 것은 기존 상식을 깨는 현상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과거 연금술사들은 구리에 아연을 더하면 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연구는 연금술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성과라고 본다"고 자평했다.
이처럼 녹슬지 않는 구리가 상용화되면 마스크나 항균필름 등 기존 향균제품의 품질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구리가 2차전지 생산이나 수소 발생, 이산화탄소 분해에도 활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녹슬지 않는 구리의 이용 범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연구진은 은과 주석, 니켈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해 산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냈다. 녹슬지 않는 금속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기존의 금속 산화 반응의 개념을 다시 쓴 연구로 나노입자가 사용되는 모든 분야에서의 활용을 뛰어넘어 새로운 응용기술 개발을 이끌 것이다"고 전망했다.
연구진은 녹슬지 않는 구리를 처음 관찰한 뒤 이를 이론적, 실험적으로 입증하는데 3년, 논문 작성에 1년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논문은 영국의 과학저널인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이날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