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최강자인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16)의 금지 약물 복용 파문이 커질 조짐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발리예바의 도핑과 관련한 공식 입장 발표를 보류하고 있어 의혹이 더 크게 일고 있다.
IOC 마크 애덤스 대변인은 10일 일일 브리핑에서 "이 사건은 현재 법적 논의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인내심을 지니고 결론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대한 빨리 이 사안을 매듭짓기 위해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난무하는 추측에 자신이 답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전날 브리핑에서 IOC는 지난 7일 피겨 단체전 공식 시상식이 열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법적인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스포츠 분야에 법적인 문제는 이례적인 사안이다. 결국 ROC 선수들은 시상식이 연기돼 확정된 단체전 금메달을 받지 못했다.
이에 올림픽 관련 소식을 전하는 온라인 매체 인사이드더게임즈가 ROC 선수의 도핑 문제가 법적 논의로 비화했다고 전했다. 10일 코메르산트 등 러시아 매체들이 "발리예바의 도핑 샘플에서 문제가 생겼고 트리메타지딘이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면서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협심증 치료에 사용되는 트리메타지딘은 흥분제로도 이용될 수 있어 2014년부터 금지 약물로 지정됐다. AP 통신은 발리예바가 지난달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유럽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도핑 샘플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발리예바는 아직 만 15세로 세계반도핑기구(WADA) 규정에 따라 '정보 공개 보호 대상자'로 분류된다. 금지 약물 복용이 적발되더라도 외부에 알려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데이비드 하우먼 전 WADA 사무총장은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미성년 선수의 약물 검사에는 선수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도핑 적발이 되면 발리예바가 출전해 따낸 ROC의 단체전 금메달은 무효가 될 수 있다. 또 발리예바는 오는 15일부터 시작되는 여자 싱글 개인전에도 출전하기 어렵다.
이런 의혹 속에 발리예바는 이날 묵묵히 훈련을 소화했다. AP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발리예바는 이날 오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 인근 보조 링크에 코치와 함께 나타나 대표팀 동료 알렉산드라 트루소바와 30분 정도 훈련을 진행했다. 코치를 향해 미소를 보내기도 했다.
ROC 선수들은 발리예바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다물었다. 남자 싱글 마르크 콘드라튜크는 "노 코멘트(할 말이 없다)"라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