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장 대표를 소환해 조사했다. 장 대표는 원금 손실의 가능성을 알고도 상품을 출시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경찰은 디스커버리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펀드 투자자의 이름과 투자금액이 적힌 PC파일을 확보했다. 여기에는 장 대표의 형인 장하성 중국대사 부부가 2017년쯤 약 60억원을 투자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슷한 시기에 공정거래위원장에 취임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또한 해당 펀드에 4억여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 대사가 몸 담았던 고려대의 일부 교수들도 해당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장 대사와 김 전 실장 등 유력 인사들이 투자한 펀드는 중도에 입출금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개방형 펀드'인 반면, 대다수 일반인 피해자들이 투자한 펀드는 만기 전엔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 펀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력 인사들이 투자한 '개방형 펀드' 역시 손실이 있었는지, '폐쇄형 펀드' 자금이 '개방형 펀드'의 손실을 보상하는 데 쓰였는지 등의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특히 펀드 판매 규모가 장 대사의 청와대 근무시기에 막대하게 증가했고, 친동생이 운용한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이어서 '특혜' 의혹도 일고 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디스커버리 펀드를 대규모로 판매한 것을 두고 장 대사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이에 대해 장 대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펀드 가입과 관련해 공직자윤리법 등 법률 위반 사항이 없다"며 "펀드 손실을 보전받은 바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 주식 소유 제한에 따라 청와대 정책실장 취임 후 신고한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해 펀드에 가입한 것"이라며 "(공직자의) 사모펀드 가입에 대한 제한이 없었고 (가입한) 펀드도 업무와 관련성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정책실장 취임 후 주식 보유와 매각, 펀드 보유 관련 사항을 모두 반영해 재산신고를 적법하게 했다"면서도 "동생이 운영하는 펀드가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서 고위공직자로서 송구하게 생각한다. 필요하다면 추가로 소명받고 조사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기관의 조사 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관련 사실을 투명하게 소명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 대표는 지난 2016년 11월 자본금 25억원으로 사모펀드 운용사인 '디스커버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은행이나 증권사 등이 모은 투자금으로 미국 자산운용사 DLI(다이렉트랜딩인베스트먼트)의 사모사채를 사들여 수익을 내는 '디스커버리 펀드'를 판매했다.
해당 펀드는 2017~2019년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등 시중은행과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을 통해 판매됐다. 하지만 2019년 4월 DLI가 펀드 운용 과정에서 수익률 등을 허위보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말 기준 환매 중단으로 은행 등이 상환하지 못한 잔액은 총 2562억여원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