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법무부 직원 사이 실랑이…집단행동 도화선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26일, 치료감호영장이 발부된 한 미결수 입소 과정에서 발생했다. 의사인 일반정신과 B과장과 의료부장 등은 치료감호소에 지나치게 많은 수용자가 몰려 과밀하다며 법무부 소속 직원인 A과장에게 대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전국 경찰관서와 검찰청에 공문을 보내 치료감호영장을 과도하게 발급하지 않도록 하고, 치료감호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공문 발부가 어렵다면 직접 검찰과 법원에 영장 청구와 발부를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라도 하라고 요구했다.A과장은 이에 대해 "국가기관에 정당한 영장 청구나 집행을 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렵고 법 개정도 어려울 것 같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다만 "해당 미결수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결정되면 검찰과 법원에 요청해 구금 장소를 변경할 수 있도록 공문을 보내겠다"고 제안했다.
요구와 거절이 오가면서 감정싸움으로 흐른 정황도 보인다. 의사들은 A과장이 "내가 시키면 하라는 대로 해야 되는 사람이냐. 다른 과 과장에게 누가 이런 식으로 말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갈등은 치료감호소라는 독특한 조직 특성에서 야기된 것으로 보인다. 치료감호소는 정신질환·약물중독·성폭력범죄자 등이 범죄를 저지르면 수감시설 대신 가는 곳이다. 경·경이 치료감호 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이 이를 판단해 수감 여부를 결정한다. 이런 미결수들이 치료감호소와 법원 협의 하에 일반 구치소로 옮겨지더라도 재판 후 치료감호소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정신질환자들의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재범율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병원'과 '교도소'의 역할이 겹치는 치료감호소의 속성상 구성원도 '의사'들과 '법무부 행정 직원'이라는 상이한 직종이 공존하는 구도다. 수용 인원이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업무가 늘어나는 의사들과 수용자들을 받아들여 치료와 감호에 전념해야 하는 법무부 직원들과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A과장의 반론 "영장 청구·발부 자제 요구 자체가 선넘긴 것"
의사들에 대해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A과장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B과장 등 의사들의 "영장 청구와 발부를 줄이라"는 공문 발송 요구가 선을 넘는 행동이어서 이를 지적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A과장은 법무부가 자신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감찰 조사에 들어가면 감찰 대상자가 변호인 조력을 받도록 하기 위해 알려준다"며 자신은 아직 어떤 감찰통보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치료감호소에 지원하는 의사들 자체가 적다보니 소개에 의존하는 채용이 많아지면서 '연줄'로 이어진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갈등으로 사표를 낸 4명의 의사들은 모두 A과장과 언쟁을 벌인 B과장 추천으로 채용된 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민원이 접수되자 A과장의 행동이 감찰 대상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한 진상파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