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런쯔웨이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이 배출한 첫 2관왕이다.
혼성 계주와 남자 1000m 등 모두 논란의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
중국은 혼성 계주 준결승에서 주자를 교대하는 과정에서 터치를 하지 못했다. 중국의 교대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미국과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가 실격 판정을 받았는데 중국은 그대로 준결승을 통과했다.
이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본 한국 대표팀의 곽윤기는 "세 팀이 실격됐다고 이미 관중석에서는 다 그렇게 얘기를 했다. 네덜란드 선수들도 '결승에 세 팀이 올라가나?'라고 이야기했다"며 "(오랫동안 비디오 판독을) 계속 봐서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 그 설마가 이뤄졌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은 결승에 진출했고 혼성 계주 금메달을 땄다.
남자 1000m 결승에서는 런쯔웨이가 류 사오린 산드로(헝가리)보다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오랜 비디오 판독 끝에 류 사오린이 옐로우 카드 판정을 받으면서 금메달은 런쯔웨이에게 돌아갔다.
한국뿐만 아니라 헝가리 역시 이번 대회 쇼트트랙의 편파판정 논란에 불만을 품었다.
한국 선수단은 9일 남자 1500m 메달 레이스와 여자 1000m 예선, 여자 3000m 계주 준결승 등 쇼트트랙 경기 일정을 앞두고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과의 화상 회의를 통해 편향된 판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더불어 ISU에 "오늘 쇼트트랙 경기를 예의주시하겠다"는 경고의 의미가 담긴 메시지를 날렸다.
이에 ISU는 그동안 판정에 문제가 없었고 공정한 판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이 소식은 헝가리 대표팀에게도 전해졌다.
이날 쇼트트랙 경기를 앞두고 헝가리 체육 고위 임원들이 관계자석에 있던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을 직접 찾아왔다.
헝가리는 "지난 경기의 불공정한 판정과 한국이 처한 상황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향후 대처 방안을 논의했고 상호협력 하기로 약속했다.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경기는 이 같은 분위기 아래 진행됐다.
항의가 통한 것일까. 특별한 논란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리고 중국 선수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남자 1500m에 출전한 중국의 장티안위와 쑨롱은 기록 부진으로 준준결승 무대에서 탈락했다.
대회 2관왕 런쯔웨이 혼자 중국을 대표해 준결승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런쯔웨이는 준결승 3조 경기에서 실격 판정을 받고 탈락했다.
남자 1000m 경기에서 부상을 당해 왼 손가락을 11바늘 꿰맨 박장혁과 런쯔웨이는 결승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3조 2위를 놓고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경쟁을 펼쳤다.
박장혁이 절묘하게 인코스로 파고 들어 추월에 성공했는데 이때 런쯔웨이는 두 팔을 들어 당황스럽다는 제스쳐를 선보였다(사진). 이는 과거 솔트레이크 대회에서 아폴로 안톤 오노가 취했던 '헐리우드 액션'과 비슷했다.
레이스가 끝나고 비디오 판독이 이뤄질 때 긴장감이 점점 커졌다. 하지만 결과는 이전과 달랐다.
심판진이 런쯔웨이의 실격을 선언한 것이다. 판정은 박장혁과는 무관한 장면에서 비롯됐다. 심판은 런쯔웨이가 팔로 아딜 갈리악메토프(카자흐스탄)를 인코스로 밀어내는 반칙을 범했다고 설명했다.
런쯔웨이는 경기 후 대회 조직위원회를 통해 "내가 멍청한 실수를 했다"며 "페널티를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고의적으로 밀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아쉬워 했다.
이로 인해 남자 1500m 경기에 나선 중국 선수 3명 모두 결승에 오르지 못하게 됐다.
대신 총 10명의 선수가 결승 무대에 섰다. 황대헌, 이준서, 박장혁 등 한국 선수 3명은 모두 결승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빙판은 선수들로 북적거렸지만 1위 경쟁만큼은 비교적 한산했다. 황대헌은 9바퀴를 남기고 갑자기 속도를 끌어올려 1위로 치고 나갔고 이후 선두 자리를 끝까지 지키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황대헌은 말 많고 탈 많았던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종목에서 한국의 첫 메달을 땄다. 더불어 한국 선수단에서 대회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영광의 포디움에 중국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