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깔끔하고 시원할 수가 없었다. 지저분한 판정 시비 없이 오로지 실력으로만 일궈낸 금메달이었다.
황대헌(강원도청)은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9초219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스티븐 뒤부아(캐나다·2분9초254)와 세멘 옐리스트라토프(러시아올림픽위원회·2분9초267)를 제쳤다.
지난 7일 1000m에서 억울한 판정의 희생양이 된 아쉬움을 훌훌 털어냈다. 황대헌은 당시 준결승 1조 1위로 골인했지만 중국 선수들을 제치는 과정에서 레인 변경 반칙을 했다는 이유로 실격을 당해 결승행이 좌절됐다. 중국 여자 쇼트트랙 전설 왕멍 등 전문가들도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었다.
하지만 1500m 결승에서 1000m의 억울함을 완전히 날렸다. 2018년 평창올림픽 500m 은메달을 따낸 황대헌은 마침내 올림픽 챔피언의 감격을 누렸다.
특히 개최국의 이점을 한껏 업은 중국처럼 판정의 도움 없이 거둔 진짜 금메달이라 더 값졌다. 1000m에서 중국은 황대헌과 이준서(한체대)의 난해한 판정에 따른 실격으로 2명이 결승에 오르는 어부지리를 누렸다.
결승에서도 2위로 들어온 런쯔웨이가 샤올린 산도르 리우(헝가리)를 붙잡는 반칙을 저질렀지만 아무런 페널티를 받지 않았다. 리우가 페널티 2개로 실격되면서 런쯔웨이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위였던 리원룽이 은메달을 차지했는데 황대헌의 실격으로 결승에 오른 선수다.
앞서 중국은 5일 혼성 계주 2000m에서도 황당한 판정의 수혜자가 됐다. 준결승에서 교대하던 선수들끼리 터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아무런 페널티를 받지 않았다. 오히려 러시아올림픽위원회와 미국이 반칙으로 실격됐고, 준결승 3위였던 중국이 결승에 올라 금메달까지 차지했다. 캐나다 야후 스포츠는 "중국 잇딴 판정 논란 속에 금메달을 차지했다"고 꼬집는 등 전 세계 언론이 편파 판정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황대헌은 석연찮은 판정 시비 없이 금메달을 따냈다. 무려 4명의 선수가 어드밴스를 받아 10명이나 나선 결승에서 황대헌은 초반 후미에 머물다 결승선까지 9바퀴를 남기고 속도를 끌어올려 선두로 치고 나섰다. 이후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경쟁자들의 추격을 따돌리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실력으로 따낸 진정한 금메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