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개막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지금까지 벌어진 최대 이변을 꼽자면 '스키 여제'로 불리는 미케일라 시프린(미국)의 2개 종목 연속 실격일 것이다.
시프린은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월드컵 현역 최다 우승(73승) 기록을 보유한 '살아있는 전설'로 이번 대회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월드스타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시프린은 9일 중국 베이징 옌칭의 국립 알파인 스키센터에서 열린 대회 스키 알파인 여자 회전 경기 1차 시기에서 완주하지 못했다.
시프린은 지난 7일 여자 대회전 경기에서도 1차 시기 완주에 실패한 바 있다. 여자 대회전은 시프린이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종목이다.
여자 회전 역시 시프린의 주종목 중 하나다. 시프린은 2014년 소치 대회에서 회전 종목의 금메달을 땄다.
세계 최정상의 기량을 갖춘 선수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자신의 주종목에서 연이은 실수를 범한 것이다.
이날 열린 회전 경기에서는 레이스를 시작하자마자 넘어져 주위를 더욱 놀라게 했다. 경기 시작 후 5초 정도만에 기문을 놓쳐 경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시프린은 넘어진 후 코스 구석에 주저앉아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시프린은 대회 조직위원회를 통해 "처음부터 치고 나가려고 했다. 초반에 너무 힘이 들어가 내 한계를 넘어선 것 같다. 실망감이 크다"며 아쉬워 했다.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가, 그것도 두 차례나 연이어 실수를 범한 기분은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경기 후 베이징 현지에서 시프린에게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그 중에는 지난 2020년 2월 부친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시프린의 아버지 제프는 마취과 의사이자 사진작가로서 경기장을 자주 찾아 딸이 메달을 따는 장면을 직접 카메라에 담곤 했다. 또 스키를 좋아했던 그는 딸이 스키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시프린은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은퇴를 고려했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베이징 대회는 시프린이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처음으로 출전한 올림픽이다.
시프린은 "당장이라도 아빠와 전화통화를 하고 싶은 기분"이라며 "아빠가 계셨다면 아마도 잘 이겨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을 것이다. 하지만 아빠는 여기 계시지 않는다. 그래서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