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괴물' 김민석(22·성남시청)이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대한민국 올림픽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긴 8일 오후. 김아랑(28·고양시청)을 포함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훈련을 소화 중이었다.
약 50분의 훈련이 끝난 뒤 김아랑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으로 걸어와 취재진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 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나온 편파 판정과 관련해 다른 나라 선수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에 대해 김아랑은 "이야기를 나눈 건 아니고 다들 '말이 안 된다'고, 저희랑 비슷한 반응 보이는 게 다였다"며 "그런 걸 느꼈다"고 말했다.
외국어라 알아들을 수 없지만 '에휴'라는 탄식만은 정확하게 느꼈다는 것. 김아랑은 이어 "(경기를) 준비하면서도 '설마설마'하는 그런 마음이 있었는데, 어제 경기 이후로 그 '설마라는 것조차 없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아랑은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고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그냥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든 없든, 준비한 것을 모두 다 보여주겠다는 것이 김아랑의 목표다.
"오 정말요? 오 잘했구나. 그래도 난리가 난 대한민국 상황 중에서, 힘든 상황 중에서도 조금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성적인 것 같아요."
취재진으로부터 후배 김민석의 동메달 소식을 처음 들은 뒤 김아랑의 반응이었다. 놀라면서도 자기 일인 것처럼 좋아했다.
김아랑은 "민석이를 시작으로 이제 '슬슬 좋은 일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좋은 예감이 든다"면서 기분 좋게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김민석의 첫 메달 기운을 이어받아 쇼트트랙 대표팀도 불운을 딛고 일어설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