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성남지청→분당서, 검경 핑퐁에 성남FC 수사 다시 원점

연합뉴스

'성남FC 후원금' 수사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성남지청에서 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진 지 2주 만에 사건은 분당경찰서로 넘겨졌다.

문제는 무혐의 결론을 냈던 분당경찰서가 수사의 주체가 됐고 이를 지휘하는 곳도 수사 무마 의혹의 진원지인 성남지청이라는 점이다. 법조계에서는 형식적으로는 보완 수사를 하게 됐지만, 실상은 '시간끌기용' 대책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성남지청, 분당서에 '성남FC 후원금 의혹' 보완 수사 요구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8일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 분당경찰서에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전날 수원지검 지휘에 따른 조처다. 수원지검은 해당 사건 처리와 관련해 부장검사 전원이 참여한 회의를 열고 성남지청에 보완 수사를 지휘했다. 현재까지의 수사 결과만으로는 혐의 유무를 판단하기에 다소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박은정 성남지청장. 연합뉴스

이에 따라 성남FC 후원금 사건은 다시 분당경찰서로 돌아갔다. 분당서가 지난해 9월, 3년 3개월 동안 해당 사건을 수사하다 무혐의 결론으로 불송치 처분을 내린 지 약 5개월 만이다. 경찰의 무혐의에 고발인의 이의제기로 이 사건은 성남지청 형사1부에 배당됐다. 당시 수사팀은 재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개진했고, 박은정 성남지청장(50·연수원29기)은 '법리검토를 먼저 해보자'며 계속해서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박하영 차장검사(48·31기)가 지난달 말 사의를 표명하면서 수사 무마 의혹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 차장의 사의 표명 하루 만에 김오수 검찰총장은 신성식 수원지검장에 경위 파악을 하라고 지시했지만, 수원지검은 경위 파악 결과 대신 고발 수사 방침을 밝혔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최근 수원지검에 성남지청장에 대한 직권남용 고발장이 별도로 접수가 됐다"며 "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경위를 파악해서 대검에 일괄 정리해 최종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수사 무마 의혹 관련한 박 지청장 고발 사건을 서울 중앙지검과 수원지검 두 곳에 배당됐다.

법조계 "사건 핑퐁 시간 끌기", "사건 당사자 지휘 부적절" 지적

박종민 기자

법조계에서는 이번 보완 수사가 '전형적인 시간 끌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경이 탁구공 오가듯 사건을 떠넘기면서 시간만 보낸다는 것이다. 한 부장검사는 "지침상 보완 수사 요구는 원칙적으로 하게 돼 있다"면서도 "사건이 커져버려 뭉개기 어려우니 경찰에 사건을 보내 시간을 소요하는 형태로 시간을 끄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선거 이전까지는 어떠한 결과도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위 파악마저도 수사를 통해 한다고 하니 수사로 하세월을 보낼 듯 하다"고 우려했다.

그나마  보완 수사 자체도 제대로 이뤄지기는 힘들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사건 처리에 문제가 있어서 수사 무마 의혹에 고발까지 이어지면서 사건 관계인이 됐는데, 의혹의 당사자에게 보완 수사 지휘를 하라고 맡긴 건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다른 검찰청에 맡기거나 지휘 계통을 달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2015~2017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두산건설, 네이버, 농협, 분당차병, 알파돔시티, 현대백화점 등 총 6개 기업이 유리한 인허가의 대가로 프로축구단인 성남FC에 후원금 약 160억원을 지급했다는 게 골자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당시 바른미래당이 이재명 후보를 뇌물 혐의로 고발하면서 사건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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