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당대표가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이 자리는 송영길 당대표의 상임선대위원장직 보다 윗급으로, 앞으로 선대위 전체를 이 전 대표가 총괄하게 됐다.
이낙연 사실상의 비상대책위원장 수락한 셈
민주당의 이날 선택은 사실상 선대위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한 것으로, 이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된 셈이다. 이 신임 총괄선대위원장은 9일 오전 9시 30분 첫 일성을 내놓으며 선대위를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민주당 선대위 우상호 총괄본부장에 따르면, 선대위는 최근 이 전 대표에게 선거운동을 총괄해줄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 후보까지 나서 8일 이 전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요청했다. 우 본부장 또한 이 전 대표의 자가격리가 끝나는 8일 직접 만나 요청을 했다. '삼고초려' 끝에 이 전 대표가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수락한 셈이다.
우 본부장은 "이 전 대표가 선거 전면에 나서서 당 선대위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새로운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제안을 드렸고, 이 위원장이 가진 경륜과 경험, 리더십으로 선대위가 크게 변화해서 앞으로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본부장은 이 전 대표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비교하기도 했다. 당 대표보다 윗급이란 의미다.
국민의힘 '호남 구애' 전략에 더더욱 커지는 '이낙연 등판론'
이 전 대표의 등판은 사실 지난해 말부터 예고됐지만, 이 전 대표는 완강히 고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선거 막바지에도 지지층 결집이 늦어지면서 다급해지자 이 전 대표에게 다시금 'S.O.S'를 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선대위가 이 전 대표의 등판을 간절히 요청한 데는 선거 전략에 있어서 중도층 확장과 더불어 지지층 결집도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선거가 박빙 승부로 예측되면서 한 치의 지지층 이탈도 허용할 수 없는 분위기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층은 크게 '친문(親 문재인) 부동층'과 '호남 지지층'으로 꼽힌다. 친문 부동층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를 유보한 부동층을 말한다. 우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전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선거 전략 중 하나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고 계시지만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분들에게 간절한 호소를 드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국민의힘의 '호남 구애' 전략이 노골화되면서 이를 방어할 인물이 더더욱 필요해진 것도 하나의 이유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지난 6일 광주를 찾아 "호남에서 통합의 정치를 이뤄내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대선 30일을 앞두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윤 후보는 호남에서 20%대 지지율을 얻기도 했다. 지난 7일 KSOI가 TBS 의뢰로 발표한 지난 4~5일 전국 성인 1011명으로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후보는 광주·전라에서 28.5%를 기록했다.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를 지내고,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친문과 호남 정통 지지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았던 이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서 돕는 모양새를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지지층 결집 일어날까…새 인물 아니란 점에서 '효과 제한적' 전망도
하지만 이 후보와 선대위의 의도대로 지지층 결집 효과가 날지는 미지수다. 이미 이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이 후보와 만남을 갖고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장을 맡았다. 그럼에도 이 후보의 지지율은 현재 박스권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 후보의 전면 등장이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또 지지율 변화를 이끌 '새로움'을 보여줄 시간과 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가 30일도 채 남지 않았고, 이미 공약은 확정됐다. 무엇보다 이 전 대표가 대선 판도가 어느 정도 자리 잡힌 상황을 바꿀 만한 파급력을 가진 '새 인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만큼 정통 호남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한 상징적 역할 이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