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세탁기 '10년 분쟁' 최종 종결··"한국 승리"

미국 세탁기 매장. 연합뉴스

우리나라가 한·미 세탁기 세이프가드 분쟁에서 승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세계무역기구(WTO)가 8일(스위스 제네바 현지시각) 한·미 세탁기 세이프가드 분쟁에서 우리 정부의 승소를 판정한 패널보고서를 회원국에 회람했다고 9일 밝혔다.

이로써 미국이 WTO 패널 판정 결과를 수용하면 분쟁이 종료되지만 미국이 상소하면 상소보고서를 채택할 때까지 분쟁 상태가 연장된다.

앞서 미국 정부는 수입산 세탁기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자국 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2018년 2월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부과했다. 수입물량을 1년에 120만대로 제한하고 120만대 이하 물량에는 16~20%,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40~50%의 관세 부과를 3년 동안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임기 종료를 6일 앞두고 세이프가드를 2년 연장하는 포고문을 발표했다. 내년까지 수입물량을 120만대로 제한하고 120만대 이하는 14~15%, 초과 물량에는 30~3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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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2018년 5월 WTO에 제소했고, WTO는 같은해 9월 분쟁 해결을 위한 패널을 설치했으나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인해 심리절차가 지연된 끝에 이날 판정보고서를 채택하고 공개했다.
 
패널은 판정보고서에서 수입산 세탁기와 국내 산업 피해의 인과관계에 관해 "수입산 세탁기의 가격효과 분석이 미흡했고, 수입물량과 산업피해 추세 간의 상관관계 분석이 미흡하다"고 판정했다. 또 "수입산 부품과 경쟁관계에 있지 않은 국산 부품 생산자를 국내산업 범위에 포함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는 등 실체적 쟁점 5개에서 모두 우리 정부의 승소로 판정했다.
 
아울러 절차적 쟁점에서는 미국이 우리 정부에 충분한 사전협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승소로 판단했다.

반면 세이프가드 관세가 과도하다고 볼 수 없고, 미국의 조치 채택 관련 통지는 합리적 기간 안에 이뤄졌다며 절차적 쟁점 2개에서는 미국 손을 들어줬다.
 
산업부는 "이번 패널 판정을 계기로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가 조기에 종료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앞으로도 WTO 회원국으로서의 권리와 우리 업계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WTO 분쟁해결절차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LG전자 미 테네시주 세탁기공장. LG전자 제공

다만 이번 분쟁에서 승소는 했지만 실익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거슬러 올라가면 한미 세탁기 분쟁은 10년 전 촉발됐다. 미국 상무부가 2012년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최대 12.15%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에 맞서 삼성과 LG가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겨 반덤핑관세를 피하자 미국은 중국 현지 법인에 최대 111.09% 반덤핑관세로 응수했다. 이어 삼성과 LG가 생산기지를 베트남과 태국으로 이전하자 미국은 반덤핑조치를 무력화한다며 전 세계 세탁기에 대한 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

그러자 삼성과 LG는 각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에 세탁기 생산공장을 세운 뒤 수출보다는 현지 생산과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결국 분쟁 10년 동안 국내 세탁기 생산과 수출 기반은 대부분 사라진 셈이어서 이번 승소가 국내 생산 세탁기의 대미 수출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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