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 화마' 책임에도 '모르쇠' 학교법인…법이 방패?

지난해 8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모습. 윤창원 기자
대전의 한 학교법인이 사망사고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미루며 논란을 빚고 있다. 그런데 학교법인의 이 같은 행태에 현행법이 사실상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 사각지대가 있는 만큼 관할청의 보다 적극적인 중재 노력도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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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법상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은 제3자가 처분할 수 없다. 학교법인이 관할관청에 신청해,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사립학교법 제28조 1항에는 '학교법인이 그 기본재산에 대하여 매도·증여·교환·용도변경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려는 경우 또는 의무를 부담하거나 권리를 포기하려는 경우에는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기본재산에는 교육활동에 직접적으로 쓰이는 '교육용 기본재산'뿐만 아니라, 수익을 내 학교 운영 등에 쓰기 위한 '수익용 기본재산'도 있다.

배상 책임을 미뤄 논란을 빚고 있는 학교법인 대운학원의 경우 대전시교육청에 재산 처분을 신청해 허가를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같은 규정을 둔 것은, 교육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 사립학교의 설치·경영을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법인이 그 기본재산을 부당하게 감소시키는 것을 막아 사립학교가 건전하게 발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반대로, 학교법인이 손해배상을 이행하지 않거나 체납을 하는 경우에도 제재할 방안이 사실상 없다.

당사자인 학교법인이 아닌, 채권자 등은 학교법인을 대신해 관할청에 기본재산을 처분해 그 책임을 이행하게 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판례에서는 보고 있다. 학교법인의 기본재산 처분을 위해 관할청에 허가를 신청할 것인지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학교법인의 의사에 맡겨져 있다는 것이다. 설령 압류 등의 조치를 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현금화 등은 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당사자이자 채무자인 학교법인이 기본재산 처분 허가를 신청하지 않고 버티는 상황에서 달리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대전 남대전고등학교의 학교법인인 대운학원에서 소유한 연립주택에서 가족 3명을 잃은 뒤, 법인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으라는 판결을 받은 A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의 상황을 겪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 만 4년. 그간 고등법원과 대법원까지 학교법인에 잘못이 있다고 했지만 대운학원 측은 사과도 배상도 손을 놓고 있다.

사고 직후에는 도리어 유족에게 배상을 하라며 내용증명까지 보냈던 학교법인이 정작 법인의 책임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가족을 잃은 유족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유족은 "학교법인이 법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고 '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제풀에 지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전 남대전고등학교의 학교법인인 대운학원에서 소유한 연립주택에서 3명이 숨진 뒤, 법원이 법인의 책임을 물어 유족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사과도 배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정남 기자
이에 대해 법무법인 우암의 박기준 변호사는 "학교 교육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채권자에게 '참으라'는 것인데, 이 같이 특수한 불법행위, 사람이 숨진 이런 경우까지도 참으라고만 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특수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학교법인을 대신해서 기본재산 처분 사유 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이런 부분들을 법적으로든지 대법원에서든지 열어줘야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기준 변호사는 "운영 수익을 목적으로 사업을 하며 기본적인 이익을 누리는 반면, 거기에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서는 감당하지 않고 교육이라는 보호 장치 안에서 의무를 지지 않는 부분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법적 사각지대에 대한 보완과 함께 관할청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교조 대전지부 신정섭 지부장은 "이번 사태처럼 부득이한 경우에는 관할청이 행정명령을 발동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인다"며 "현행법에 따르더라도 교육청이 학교법인이 수익용 기본재산을 처분해서라도 배상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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