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장남 이모씨가 지난 2014년 공군 병으로 복무할 당시, 인대가 파열돼 수술을 받고 군 병원에 입원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핵심은 그가 경남 진주 공군기본군사훈련단에서 근무하다 다쳐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하는 과정에서 '인사명령 없이' 입원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발목인대 수술을 받고 정상적 절차에 따라 입·퇴원하고 자대복귀 명령까지 받았으며, 근거자료도 있다"고 해명했다.
일단 그가 2014년 7월 29일부터 9월 26일까지 군 병원에 입원했었다는 점 자체는 사실이다.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 CBS노컷뉴스가 국방부와 공군 등 취재를 통해 살펴봤다.
2014년 7월 19일~9월 26일 사이에 무슨 일이? 사건 타임라인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먼저 일이 일어난 시간 순서대로 흐름을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1. "입원을 기록한 인사명령 문서가 없다" ⇒ 軍 "착오로 누락"
원래 군대에서는 입원을 해도 인사명령을 통해 소속이 바뀐다. 즉, 그전에 근무하던 부대에서 군 병원이라는 부대 '소속'이 되는 쪽으로 행정처리가 된다. 박 의원 주장은 이씨가 수도병원에 입원할 당시, 기본군사훈련단의 상급부대인 교육사령부에서 이 행정처리를 한 문서가 없다는 쪽이다.
이씨는 민간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2014년 7월 29일부터 9월 18일까지 수도병원에 입원했고, 대전병원으로 옮긴 뒤 26일까지 이 곳에 입원했다. 그리고 앞서 살펴봤듯이 그가 수도병원에서 대전병원으로 옮긴(전원) 인사명령 서류, 대전병원에서 퇴원을 한 인사명령 서류는 존재한다.
그러니까 원래대로라면 수도병원에 입원할 때와 대전병원으로 옮길 때, 그리고 퇴원을 할 때까지 모두 3가지 인사명령 서류가 존재해야 하는데 이 가운데 2가지만 존재하는 셈이다. 다만 기본군사훈련단이 교육사령부에 인사명령을 상신하는 서류는 존재한다.
군 관계자는 "일단 교육사령부에서 수도병원에 입원하라는 인사명령 서류가 없다는 점 자체는 사실로 보인다"면서도 "정말 특혜 입원이었다면 다른 서류가 더 없었을 텐데 한 가지만 없다는 점으로 보아 단순 누락 쪽에 더 가까워 보인다. 당시 시스템 탓에 이런 일이 드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또한 지난 5일 "교육사령부 인사 담당자의 실수로 인사명령이 누락됐다"는 게 군 당국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군 관계자가 언급한 '당시 시스템' 문제는 바로 다음에 다룰 '입원한 지 한 달 지나서야 입원 인사명령을 요청했다'는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2. "입원한 지 한 달 지나서야 입원명령 요청?" ⇒ 軍 "원래 사후처리가 일반적"
박 의원은 이씨가 2014년 7월 29일 수도병원에 입원한 지 한 달이 지난 9월 4일에야 소속 부대(공군기본군사훈련단)가 상급부대(공군교육사령부)에 입원 명령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그가 7일 공군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본군사훈련단은 2014년 9월 4일 교육사령부에 '인사명령(병) 발령(전속(입원)) 및 전공사상 심사 상신'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는 기본군사훈련단 인사행정처 소속인 이씨에게 2014년 7월 29일부로 수도병원으로 입원하라고 명령한다는 내용이 담긴 인사명령을 상급부대에 내 달라고 요청하는 서류다. 이를 두고 박 의원은 소속 부대가 입원 명령을 승인받기 한 달 전부터 이씨가 이미 입원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군 관계자는 7일 "입원을 하게 되면 부대에서 교육사령부로 올려야 하는 문서가 2가지인데, 하나는 인사명령 의뢰 서류이고 하나는 전공상 심사 의뢰 서류다"며 "지금은 아니지만, 그 당시엔 병원으로 인사명령을 상신하려면 전공상 심사 결과가 첨부돼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공상 심사를 하려면 발병경위서와 진단서 등이 필요한데, 이 서류를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했다"며 "그렇다고 심사가 안 돼서 입원을 못 한다는 것은 아니다. 보통은 입원을 먼저 하고 후속 조치로 진행되는데 그 과정에서 한 달 정도 시간 차이가 났다"고 해명했다.
군 관계자는 "예를 들어 환자가 군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군의관이 입원을 해야 한다고 판단하면, 서류가 있는지를 논하기 전에 먼저 입원부터 시키고 사후 행정처리를 하는 일이 상식적이다"며 "현재도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군 관계자는 "당시엔 특히 전공상 심사 의뢰 서류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행정처리를 사후에 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 과정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서류가 누락되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며 "그래서 의무사령부에서 주기적으로 각 부대에 입원 관련한 행정처리를 마저 하라고 통보하곤 했었다"고 말했다.
3. 진주 근무하다 성남으로 입원한 이유? ⇒ "여건 되면 본인 의사 참작 가능", 하지만 흔한 일 아냐
한편 진주에서 근무하던 이씨가 성남에 있는 수도병원에 입원한 사실 자체를 두고도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성남시장이 이재명 후보였기 때문에 군이 편의를 봐준 것 아니냐는 얘기다.
보통 군 병원에 입원을 할 때는 부대에서 바로 입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대에서 가까운 병원으로 입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7일 "특정한 사례를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병원에 입원할 경우 본인 의사를 고려한다"며 "환자가 어느 지역에 있는 군 병원에 가고 싶어하는데 수용과 치료가 가능하다면, 상황을 들어줄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참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 입원 바로 직전 시점으로 돌아가 보면, 그는 2014년 7월 19일부터 28일까지 청원휴가를 썼고 민간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입대 전 성남에 살던 그가 집 근처에 있는 수도병원으로 입원을 희망했으리라는 점은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진주에서 근무하다가 자택 근처에 있는 군 병원으로 입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진 않다. 민간 병원에서 수술받은 뒤 다시 군 병원에 입원한 앞뒤 사정이 있었다지만, 군 복무 도중 이러한 사정을 참작받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 국민들은 박탈감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4. 페이스북 사진 올라온 날 면회 기록은 왜 없나? ⇒ 군 "확인 불가"
한편 이씨가 입원 중이던 2014년 8월 28일 그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화강암 위장무늬 반팔 셔츠와 군 병원 환자복 바지를 입은 채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사진과 함께 올라온 글 내용은 "군인이민간인폰으로페북햇으면로그아웃은하고가자…끙"이었다. 이로 미뤄볼 때 당시 이씨가 면회인 휴대전화를 빌려 페이스북을 이용한 뒤 잊어버리고 로그아웃을 하지 않았는데, 이씨 친구로 추정되는 휴대전화 주인이 장난삼아 사진을 이씨 계정에 올린 것으로 보인다.
박수영 의원은 7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군수도병원 환자면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씨가 환자복 차림의 본인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던 2014년 8월 28일에 기본군사훈련단 소속 병사를 면회한 기록이 없다"며 '특혜 면회' 의혹을 제기했다. 면회는 기본적으로 군 부대로 들어와야 하며, 군 병원도 부대에 속하기 때문에 위병소 출입 기록을 남기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 면회가 실제로는 8월 28일이 아니라 그 전이었고, 페이스북에는 나중에 사진을 올렸을 수도 있다. 다만 이를 실제로 정확하게 확인할 방법은 마땅찮아 보인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병원에서 면회를 관리하는 부대 출입 시스템에는 'A라는 면회인이 B라는 환자를 면회했다'가 아니라, 'A라는 면회인이 원래 C부대 소속이었다가 입원한 환자를 면회했다'는 식으로만 기록된다. 즉 '누가'가 아닌 '어떤 부대 소속' 환자를 면회했는지만 기록에 남는다.
박 의원 측은 "여러 제보와 군 관계자 등을 통해 실제 면회가 8월 28일에 이뤄졌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에 해당 내용을 발표했다"며 "수도병원의 2014년 전체 면회 기록을 제출받았는데, 이를 통해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취재진 질의에 "면회 관련 데이터 자체는 존재하지만, 이 데이터를 통해서는 면회를 했던 환자의 원래 소속부대만 알 수 있을 뿐 개인이 식별되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박 의원 측은 '면회 기록이 없다'며 특혜 면회 의혹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반박하기 위해서는 '면회를 했다'는 데이터 하나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바로 그 데이터에 애시당초 '면회인이 어떤 환자를 면회했는지 개인 기록은 남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따라서 이는 이씨 본인이 입장을 밝히거나 반박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5. "아들 입원 이듬해 수도병원 부지 용도변경" ⇒ 외상센터는 그전부터 계획
한편 박 의원은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일 당시, 시가 이씨 입원 이듬해인 2015년 수도병원 부지에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용도를 변경해 줘 특혜성 인허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박 의원이 군과 성남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군의무사령부는 2015년 1월 수도병원을 포함한 의무사령부 부지 약 38만 6천 제곱미터의 용도를 보전녹지지역에서 자연녹지지역으로 변경해달라고 신청했다.
의료시설 확충을 계획하고 있지만, 보전녹지지역은 3층보다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어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였다.
의무사령부는 성남시에 보낸 공문에서 "향후 국군중증외상센터를 건립하고 응급환자지원센터를 확장해 국가 안위와 국민 안전에 기여하고자 하나 부족한 시설부지로 인해 사업 추진이 제한되므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용도지역 변경을 신청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2015년 11월 '2020년 성남도시관리계획(재정비) 결정(변경) 조서(2차)'를 보면 성남시는 "국군수도통합병원 내 응급센터 건립에 필요한 층수 확보를 위해 용도지역 변경"을 이유로 부지 38만 5천 제곱미터를 보전녹지에서 자연녹지지역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7일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며 개인 의견을 전제로 "외상센터 건립은 짧은 시간에 바뀔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 등 외상센터 건립에 대한 소요가 상당했고, 그전부터 계획을 세워서 진행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해명은 사실일까? 실제로 국방부는 2013년 5월 17일 심각한 외상환자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중증외상센터'를 2015년까지 설립하기로 했다면서 분당서울대병원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2016년까지 경기도 성남 소재 국군수도병원 내에 160개의 병상을 갖춘 중증외상센터를 설립한다는 내용인데, 아덴만 여명 작전 때 총상을 입은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을 치료할 수 있는 국내 의료진이 거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시작된 사업이었다.
실제로 당시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이국종 교수(명예 해군중령)이 그를 해외에서 진료한 뒤 에어 앰뷸런스에 태워 국군수도병원으로 데려왔다. 이 과정에서 국내에 총상을 제대로 처치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군 외상센터를 건립하고자 하는 단초가 됐다는 점이 여러 언론보도로 확인된다. "중기계획에 반영돼 진행됐다"는 국방부 관계자 설명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정작 2016년까지 설립한다던 수도병원 외상센터 자체가 문제였는데, 우여곡절 끝에 2020년 9월에야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2017년 판문점을 통해 귀순한 오청성씨도 아주대병원에서 이국종 교수에게 치료를 받았음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민주당 선대위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7일 "박근혜 정부는 2013년 국군의무사령부 외상센터 설립을 계획하는 등 군 의료체계 개선을 추진했고,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14년 4월 7일 군 의료체계 개선특위를 발족하기도 했다"며 "성남시장으로서 정치적 이해관계 없이 정부 사업에 적극 협조한 사안을 두고 이제 와서 특혜를 운운하다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