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3시, 데이식스 원필의 첫 번째 정규앨범 '필모그래피'(Pilmography) 발매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름 끝 글자인 '필'(PIL)과 필모그래피(filmography)를 합쳐 만든 단어로, 소설가로 변신해 본인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첫 번째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안녕, 잘 가'부터 '지우게', '소설 속의 작가가 되어', '우리 더 걸을까', '외딴섬의 외톨이', '언젠가 봄은 찾아올 거야', '휴지조각', '늦은 끝', '그리다 보면', '행운을 빌어 줘'까지 10곡 전부 직접 가사를 썼다. '우리 더 걸을까', '언젠가 봄은 찾아올 거야' 두 곡을 제외한 8곡 작곡에도 참여했다. 피처링 없이 오직 원필의 목소리로만 채운 앨범이다.
원필은 "혼자 앨범을 만드는 일이 정말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앨범 작업하면서 느낀 많은 생각과 감정은 저에게 너무너무 새로운 자극이 됐고 특별한 시간이 됐다"라며 "저 혼자만의 앨범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우리 멤버들이 있었던 덕분이다. 데이식스가 하는 음악이 이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인데, 그 영향 받고 저의 색 한 스푼을 넣어 만든 앨범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소설가라는 콘셉트 아래 타이틀곡은 '안녕, 잘 가'가 선정됐다. 뮤직비디오 회의 중 판타지적인 요소를 넣으면 어떨까 하는 회사 직원의 의견으로 이번 콘셉트가 시작됐다고. 원필은 제가 처음 데뷔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계속될 거긴 한데 정말 변함없이 조금이라도, 한 분이라도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곡 작업을 했다. 같이 이겨냈으면 좋겠고, 같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타이틀곡 '안녕, 잘 가'는 원치 않는 이별을 고하는 슬픈 순간을 그린다. 원필은 이번 곡이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분위기라서 요즘 같은 날씨에 잘 어울리니 많이 들어달라고 전했다. 첫 트랙으로 배치한 이유에 관해서는 "마음속 낱장을 하나둘 모아서 마이데이(팬덤명), 대중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하나로 엮어보고 싶었다. 한 편의 소설을 읽는다는 마음으로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천천히 귀기울여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사실 처음 솔로 앨범을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정규앨범을 내고 단독 콘서트까지 열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데이식스 이븐 오브 데이 활동은 물론 웹드라마 출연, 뮤지컬 공연 등 개인 일정이 빡빡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3개월 동안 곡 작업과 녹음을 마쳤는데, 그 기간에 쓴 9곡이 전부 앨범에 포함됐다. '휴지조각'만이 2년 전 써 둔 곡이다.
밴드 1415의 오지현과 작곡가 심현은 원필과 가장 친한 또 다른 친구들이다. 이들 역시 곡 작업에 참여했다. 원필은 "어렸을 때 기억을 떠올리면서 작업하는 시간이 재미있고 좋았다. 좋아하는 음악 취향도 같아서 작업하는 동안 서로 거리낌 없이 의견 내면서 만들었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앨범 발매 전 인터뷰에서 "만족하면 안 되지만 지금으로서는 너무 만족하는 앨범"이라고 밝힌 것에 관해 이유가 궁금하다고 하자, 원필은 새벽에 가사를 쓰다가 어느새 아침이 와 버려 바로 일정을 나갔을 만큼 바빴던 상황을 먼저 언급했다.
그는 "이번 앨범은 제 목소리로만 채워야 하니까 앨범 들을 때 곡 구성을 다양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곡을 완성하고 들어보니 저 스스로도 납득할 수 있었던 점이 만족스럽다고 생각한다"라며 "꼭 앨범 전체를 순서대로 들어보시길 추천드린다"라고 당부했다.
원필은 이번 솔로 앨범까지 총 112곡의 자작곡(한국음악저작권협회 기준)을 발표한 부지런한 창작자이기도 하다. 그는 이 모든 공을 팬덤 마이데이에게 돌렸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게" 해 준 공신이기에. "오래오래 음악 하는 것"이 꿈이며, "오래오래 따뜻함이 느껴지는 아티스트"로 기억에 남고 싶다는 원필은 "마이데이분들에게 계속해서 끊임없이 보답해주고 싶고 위로가 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데이식스 하면서 다양한 장르를 하다 보니 음악적으로 제가 보는 시야나 세상도 커지고 많이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제 필모그래피 중심에는 데이식스와 마이데이가 있고, 그 존재 덕분에 너무너무 기쁘고 행복하다"라고 밝혔다.
"K팝 신에서 밴드가 다수는 아닐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대중에게 밴드 데이식스만의 음악으로 인정받고 싶었어요. 저희 음악으로 공감을 드리고 음악으로 납득시키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어요. 그 마음이 있다 보니까 앨범을 발매하고 나면 정말 바로 다음에는 어떤 장르로 곡을 만들까, 또 어떻게 앨범을 만들까 하는 고민을 제일 먼저 하게 됐던 거 같아요. 저희의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항상 더 좋은 음악 그리고 앨범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항상 더 나은 데이식스가 되는 게 목표인 만큼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보여드리도록 할게요." (원필)
이어 "데이식스가 다시 돌아왔을 때 저희가 만들 음악들이 저도 벌써부터 너무 기대가 된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변함없이 저희의 색을 보여드리고 싶고, 앞으로의 저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기를 바란다. 30대에도 지금처럼 장난기 많고 좀 철이 안 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앨범의 메인 콘셉트이자 키워드인 소설가가 되어 자서전을 쓴다는 가정 아래 이번 솔로 활동을 한 줄로 정리해달라는 요청에 원필은 10번 트랙 제목으로 답을 대신했다. "'행운을 빌어 줘'입니다. 더 나은 내가 돌아와서 웃으며 앞에 나타날 거거든요."
오늘(7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건 첫 번째 솔로 앨범 '필모그래피'를 공개한 원필은 다음달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 동안 동명의 단독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