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 모두 민주당 지지층에 상징적인 인물인 노 전 대통령과 대선후보 본인 사이 공통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는 일치했지만, 각각 기존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력을 강화하거나 민주당에서 이탈한 중도층을 확보하려고 하는 등 '노무현 정신 계승'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달랐다.
여야 후보는 최근 연이어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장소를 찾는 등의 방식으로 자신과 노 전 대통령 사이 의미를 부여하는 데 힘을 썼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지난 5일 제주 방문 일정 중 해군기지가 있는 강정마을에 들러 "노 전 대통령의 고뇌와 결단을 가슴에 새긴다"며 울컥한 듯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후보는 "노 전 대통령께서는 국익이라는 원칙에 입각해 본인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극구 반대하는 해군기지 건설 결단을 내렸다"며 "얼마나 힘들고 고독한 결정이었을까, 당시 그 입장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칙에 입각한 판단' '고독한 결정' 등으로 윤 후보 본인과 노 전 대통령의 공통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이튿날인 지난 6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어지는 '민주정부' 정통성을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꿈은 노무현의 꿈이고 문재인의 꿈이고 이재명의 영원한 꿈"이라고 말한 것이다.
묘소에서 두 손을 너럭바위에 올리고 잠시 흐느끼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이 후보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이어 4기 민주정부인 이재명 정부를 반드시 만들어내겠다"며 노무현 정신을 재차 언급했다.
안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외쳤다. 이념과 진영에 갇히지 않고 과학과 실용의 시대를 열고자 했다"며 "이는 저 안철수가 생각하고 가는 길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대의를 위해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했던, 바보 노무현의 길을 저 안철수는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윤 후보는 오랫동안 호남 민심을 노리는 '서(西)진정책'을 강조해왔는데, 실제 최근 호남에서 지지율이 올랐고, 이를 가속화하려는 의지로 보인다"며 "안 후보는 지난 대선을 비롯해 앞서 호남에서 큰 지지를 받았던 경험이 있는데, 이를 다시 획득해야 윤 후보와의 대결에 도움이 될 거란 분석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의 경우 윤 후보의 상승세를 방어하는 동시에, 민주당 지지층 중에서도 정체성이 강하지만, 본인에 비판적인 친노·친문 지지층을 포섭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민주당 핵심 지지층뿐만 아니라 중도층에도 비교적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인식한 결과란 분석도 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여야를 불문하고 노 전 대통령의 '정치와 사회를 결합하려 한 열정'의 상징성을 강조해 중도층에게 어필을 하려는 모습으로 보인다"며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큰 지지를 받고 있지만, 중도층의 호감도도 높다. 각 후보들이 이런 경쟁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