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배불리고, 대출 이자는 껑충…규제의 역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서민경제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30% 이상 급증하며 역대급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대출 증가로 이자이익이 증가한 덕분인데,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를 위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오히려 금융사의 역대급 실적을 견인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전망치 평균은 총 14조 4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2019년에 이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미 지난 3분기까지 4대 금융지주의 누적 당기순이익이 12조 2천억 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한 바 있어 실제 발표되는 지난해 전체 누적 당기순이익도 이같은 전망치를 쉽게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지주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것은 증시 호황과 소비심리 개선 등에 따라 증권사와 카드사 등 계열사의 실적 개선이 주요한 원인이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동시에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이자이익 증가 역시 역대급 실적을 견인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이자이익은 33조 7천억 원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 2019년 40조 7천억 원을 가볍게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각 금융사들이 이자장사로 역대급 실적으로 올리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여론도 거세다.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가계대출 증가율 규제로 인해 총량이 규제된 결과, 은행 및 금융기관들이 '대출의 희소성'을 무기로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없애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금융당국이 은행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예대금리차의 '합리적' 조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은보 금감원장도 지난해 연말 기자간담회를 통해 "예대금리차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결정돼야 하고, 합리성을 넘어 과도하게 벌어질 경우 필요한 시정 조치를 해나가겠다는 게 저희 금융감독원의 입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각 은행들이 노사합의를 통해 임직원들의 지난해 상여금을 통상임금 또는 기본급의 300% 수준에게 합의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이자장사로 임직원들 배만 불린다는 비판여론이 다시금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은행 역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역대급 실적의 이면을 살펴보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을 통한 대출 규제를 주요 카드로 사용하면서 발생한 일부 반대급부일 뿐 은행이 의도한 바가 아니라는 항변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총량규제 강화 방침에 맞춰 지난해 하반기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실행을 중단하거나 최소화하는 등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출 영업을 하지 않았다"라며 "또, 어쩔 수없이 각종 우대금리를 없애거나 낮추는 등의 조치를 취하며 대출 수요를 줄이면서 금융당국의 지침을 잘 따랐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 실적이 좋았던 건 경기회복세나 자산시장 활황에 따른 대출 수요 증가 때문이지 예대금리차가 컸기 때문은 아니"라며 "우대금리 제공이 중단되며 금리가 높아지고 예대금리차가 커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다수의 기존 대출자보다는 일부 신규 대출자에 한정된 얘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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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해 3분기 국내은행의 예대금리차는 1.80%로 2020년 평균 1.78% 대비 0.02%p 증가하는데 그쳤고,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평균(1.95%)보다는 0.15%p 낮은 수준이다. 순이자마진(NIM)도 지난해 3분기 1.44%를 기록하며 2020년 평균(1.42%) 보다는 소폭 상승했지만 2019년 평균(1.56%)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결국 예대금리차나 순이자마진 보다는 분모인 전체 대출 규모가 늘어난 것이 은행의 이자이익 증가의 주요 원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 상황은 정부의 정책실패와 유동성 확대의 반작용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그 결과 대출규모가 늘어나 은행들이 어부지리를 얻은 상황인데 은행의 실적이 좋다고 비판해 봤자 실익이 없다"면서 "오히려 앞으로 긴축이 본격화되면서 발생할 각종 금융리스크를 은행들이 고객에게 떠넘기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지 잘 감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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