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여야 하는 후배들도 너무 안타깝고…미안한 감정도 좀 들었어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맏형 곽윤기(34·고양시청)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대표팀은 6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스케이팅 훈련을 소화했다. 전날 열린 대회 첫 종목인 2000m 혼성 계주의 악몽을 지우려는 듯 선수들은 본격적인 훈련 전 함께 모여 서로를 격려했다.
앞서 여자 500m 최민정(성남시청)과 남자 1000m 황대헌(강원도청)·박장혁(스포츠토토)·이준서(한체대)는 모두 조 1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특히 황대헌은 1분23초042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다.
그러나 이어 열린 혼성 계주 예선에서 박장혁이 넘어졌고 3위에 그치며 8강에서 곧바로 탈락했다. 반면 중국 대표팀은 편파 판정 논란 끝에 올림픽 첫 금메달을 수확했다.
훈련 후 인터뷰에서 곽윤기는 전체적인 대표팀의 분위기에 대해 묻자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한참을 생각하던 곽윤기는 "생각한 것보다 아쉬웠던 경기였다"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시작했다.
그는 "어떤 말을 해도 지금도 받아들이긴 좀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 같다"면서 "오히려 지금 당장 마음을 풀어주려고 한다기보다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조금씩, 조금씩 한 계단 한 계단 기분도, 몸도 컨디션도 어울린다는 마음으로 있다"고 전했다. 평소 훈련 때는 장난도 많이 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곽윤기는 맏형다운 진중한 자세를 보였였다.
개인적인 마음고생도 있다. 최근 중국 팬들은 곽윤기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몰려와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쏟아냈다. 앞서 곽윤기가 중국의 편파 판정을 우려하는 인터뷰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나 곽윤기는 오히려 이런 중국 팬들의 모습에 덤덤했다. 인스타그램에 "중국 응원 받는 중 ^.^v"이라며 의연하게 대처한 그는 대표팀의 리더다운 면모를 보였다.
이에 대해 곽윤기는 "그런 비난에는 사실 좀 무딘 편이지만 혹시라도 저 말고 다른 선수들이 그 상황을 겪을까 봐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대표팀이 지금 받고 있는 이 상황을 (다른 나라) 대표팀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남긴 글에 대해 "저보다 후배들이 좀 더 상처를 받고, 기가 죽을까 봐 '우리 같이 좀 응원을 해주세요'라는 메시지였다"고 설명했다.
곽윤기는 후배들이 나약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솔직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흔해 빠진 말은 해 주고 싶지 않다"면서 "'지금 너희들이 책임져야 하고, 견뎌야 하는 무게이고 자리이기 때문에 그냥 견디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고 후배들에게 진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