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의 '토론 회피' 의혹이 커지자 토론에 대한 열의를 다시 드러낸 것인데, 유리한 토론 환경을 만들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이 오히려 윤 후보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황상무 언론전략기획단장은 6일 페이스북에 "어제 (TV토론 실무) 협상은 제가 결렬시키고 나왔다.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조건이었다"며 "주최 측인 한국기자협회가 심하게 좌편향돼 있고, 방송사는 종편 중 역시 가장 좌편향된 jtbc였다"는 이유를 들었다.
한국기자협회가 20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 의원을 추천하는 등 여당과 '특수관계'에 있으며, 생방송을 진행하기로 한 JTBC도 편향돼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의 '건강상 이유'까지 거론하며 토론회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이 다른 3개 정당이 모두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펼치며 8일 토론을 무산시킨 상황이지만, 여야 4당 모두 토론 필요성에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현재로썬 4자토론이 11일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민의힘의 노림수는 11일이라는 날짜보다는 '정치 초년생' 윤석열 후보에게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토론 환경을 만들어주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역 대책과 청년 의제로 토론 주제까지 정해지며 윤 후보가 선방한 것으로 여겨지는 부동산과 외교안보들을 다룰 기회가 사라졌다는 불만도 존재한다. 또다른 관계자는 "지난 토론에서 외교안보 분야는 윤 후보만의 색깔을 드러냈다고 보고, 대장동 의혹은 시간이 부족해 충분히 제기하지 못했다"며 "조금이라도 윤 후보가 득점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야 하는데 그러한 기회가 부족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지난번 양자토론에 이어 이번에도 윤 후보 측이 각종 조건을 내걸며 협상을 깨며 토론 자체를 회피하는 이미지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부분이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정치 초년생의 불안요소를 줄이겠다는 협상팀의 의도에는 공감하지만, 토론을 피하는 이미지는 그 자체로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며 "윤 후보가 과거 유튜브 방송에서 '토론 무용론'을 제기했을 때 실질적으로 지지율에 타격이 있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8일 토론 결렬과 관련해 윤 후보 측이 특정 날짜를 고수 또는 거부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런 태도가 그간의 '무속 논란'과 관련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민주당 조승해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가 유달리 '날짜'에 집착하고 있는데, 시중에는 별 얘기가 다 돌고 있다"고 말했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온라인상에서 '8일이 날짜가 안 좋았다', '(11일이) 손 없는 날'이니 하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 아니냐. 날짜를 정할 때도 도사님들의 조언을 받으시는 건지 쓴웃음만 난다"고 꼬집기도 했다.
돌연 11일 토론회 카드를 선제적으로 꺼내든 국민의힘과 함께 윤석열 후보도 토론 회피에 대한 비판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이날 광주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이라도 8일에 할 것이면 하자"며 "내일 저녁에 해도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